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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회화 진수 한자리에...'한국유명화가 3인전', 10일부터 서정갤러리

윤희정기자
등록일 2006-03-06 16:38 게재일 200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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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작 '묘법'
포항시 북구 장성동 포항온천리조트 입구에 조그만 갤러리.


크고 화려한 것들이 아우성치는 거대한 신도시에서 아담하고 앙증맞은 것은 되레 호기심을 부른다.


바로 서정갤러리다. 11~12평이나 될까, 소담한 내부에 작은 그림들이 곰살맞게 자리잡았다.


지난해 12월 개관해 재불화가 곽수영전, 세계유명판화전, 서양화가 남춘모전 등 굵직굵직한 전시를 무난히 치러내며 온천, 복합리조트를 찾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미술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 호평받고 있다.


오는 10일부터는 박서보·이우환·윤형근 등 우리나라 단색회화(모노크롬)을 대표하는 작가 3인의 작품을 전시하는 ‘한국유명화가 3인전’이 예정돼 있다.


박서보·이우환·윤형근, 세 작가는 한국 단색회화 핵심적인 인물들로 1970년대 이래 40여년의 시간을 아우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 작가를 섬세하게 보여주지 못하지만 대가급 작가 3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 단색회화의 이러저러한 내면 풍경을 골고루 보여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출품작은 1970~90년대의 작품 12점.


단색회화는 1970년대의 주류 미술로서 백색, 흑색, 무채색 중심의 단색조 회화를 일컫는다.


'캔버스 위에 올려진 것은 꽃이나 산의 풍경이 아니라 환영(Illusion)에 불과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단지 물감이자 물질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그리기를 그만두고 수신과 명상에까지 이르는 색다를 방법으로 간다.


평자들에 따르면 한국의 단색회화는 이미지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나 논리적 사고에 따른 계산된 조형의지인 서구의 미니멀리즘과 사물-인간, 사물-사물의 현상학적 성찰을 추구했던 일본의 모노파와도 거리가 있다고 한다.


평면의 자율성과 순수성에서 출발한 그들의 작업은 서구중심의 담론에서 동양적인 대안을 추구했던 것이라고 한다.


전시회 출품 작가들은 제각기 다른 어법의 색이나 선을 통해 말하면서도 단백하고 솔직한 ‘어조’라는 점에서는 다 함께 어떤 회화적 공명을 이루고 있다.


박서보(76)의 작품은 새김과 지움의 숨가쁜 대위법적 하모니로 보는 이를 긴장하게 하고, 점 선 바람 시리즈로 철학으로서의 그림을 추구한 이우환(71)의 작품에서는 붓놀림이 넘실거리며 사유가 집약된 붓자국의 화폭이 기가 느껴진다.


먹의 번짐과 여백으로 웅숭깊은 동양적인 화폭을 그려낸 윤형근(79)의 덤덤한 색면은 무한한 변주의 음역을 명상하게 한다.


전시는 4월9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251-2990.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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