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국·박원근·조상우·김훈작가 1년 간 촬영한 흑백·컬러作 29점 길·전통·아날로그·메타픽션 등 자신만의 독특한 주제로 선보여
“기술의 발전 속에서 종종 잊히는 우리의 존엄성과 생명력 넘치는 삶···. 우리는 그 소중한 순간들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되새깁니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풍경들이 지닌 낭만과 여유, 소박한 아름다움을 담아내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포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사진작가 모임인 포스(Phos)가 창립 22주년을 맞아 17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포항에서 제22회 회원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2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포스는 매년 독특한 주제를 선정해 작품 전시회를 열어 지역 사회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유명 사진 단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강영국, 박원근, 조상우 등 3명의 회원과 지도 고문인 김훈 사진작가가 지난 1년간 전국을 돌며 촬영한 29점의 흑백 및 컬러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각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주제로 작품을 구성했다.
강영국 사진작가는 ‘이어질 것만 같던 길’이라는 주제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기억의 여정을 담아낸다. 그는 잊혀진 공간들을 통해 감정과 기억을 포착하며, 특히, 포항 작은굴의 터널을 담은 사진은 낮은 천장과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굴 속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 동시에 세상과 비켜선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박원근 사진작가의 ‘숭혜전 춘향대제’는 신라 왕들을 기리는 제례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며, 시대를 초월한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제삿날의 추억을 바탕으로, 농경사회부터 디지털 문명까지 변화하는 삶의 양식 속에서도 제례 문화의 본질을 강조하며 이를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으로 여긴다.
현대 사회의 빠른 흐름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아날로그적 소통의 온기를 포착한 조상우 작가의 ‘Red Box’는 오래된 나무 우체통과 붉은색 우편함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다. 조 작가는 손으로 직접 쓴 편지가 전하는 마음과 기다림의 미학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변치 않는 소통의 가치를 조명한다.
김훈 사진작가의 ‘메타픽션’은 일상 속 서사를 포착해 삶의 단편을 이야기로 엮어낸다. 출근길 풍경, 친구와의 대화,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이 모두 사진속에 녹아들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는 메타픽션 기법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삶의 단편에 무의식 속 허구를 더해 사진이 단순한 사실 기록을 넘어 서사의 숨결을 담도록 한다. 이렇게 우리의 대화와 기억, 메모도 허구와 현실 사이에서 재해석된다.
그리스어로 Photo의 어원이자 ‘빛’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Phos(포스)는 2002년 포항에서 사진을 통해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창립됐다. 이 단체는 자체 개발한 교재를 활용해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회원들이 사진가로서 필요한 기본 촬영, 현상, 인화 기술을 익히고, 각자의 작품세계를 통해 독자적인 개성을 탐구하며 현대사진의 올바른 이해와 사진의 표현 방법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매년 정기 회원전과 강연회, 동아리 교류전 등을 개최해 자기 발전과 창작활동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