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렇게 익은 황금색 벼는 들판을 황금물결로 뒤덮고 덩달아 농부들의 손놀림도 분주하다.
고추, 사과, 배 등 과수농작에 따른 수확 기쁨에 아낙네들의 손길은 바쁘기만 하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한해농사를 마무리하는 농부들의 수확기쁨도 잠시다. 일손부족으로 농심이 타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산물수입이 봇물 터지듯 밀려오면서 농민들의 애간장은 다 녹아드는 마당이다.
풍년가가 가득해야 할 들녘은 어느새 걱정과 한숨소리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품앗이 부족=고추 등 원예작물이 풍년을 맞았지만 농부들은 일손부족으로 손을 놓고 있다. 올해 고추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20% 가량 늘어난 안동지역, 사과 등 수확기를 맞은 영주, 복숭아로 유명한 영덕.청도, 포도 주산지 영천 도내 마을마다 일손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영주시 순흥면에서 만난 아낙네 김미순(여.58)씨는 “집집이 모두 돌아다봐 봐요. 사람 새끼는 커녕 사람 그림자도 찾기 어려울게요” 그렇게 한마디 던지고 하늘만 바라봤다.
지금 농촌 현실은 품앗이 인력마저 없는데다 웃돈을 얹어줘도 사람을 구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린다.
결국 일손이 달려 애써 기른 농작물을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으니 농심(農心)은 병들어 간다.
▲술익는 마을 옛말=농촌에는 일꾼은 커녕, 품앗이 인력마저 없다.
여자인부를 기준으로 일당 2만5천원씩 주던 것을 3만원이상 올렸다. 벼농사에 과수열매속기까지 모든 농삿일이 겹치면서 사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시골은 갈수록 고령화로 인해 품앗이 인력마저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건축공사에 인부를 대는 인력공사를 통해서 일꾼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노임이 적은 농삿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요즘 마을 들녘은 한낮인데도 불구, 붉은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다.
농민들의 가슴속은 이미 시커멓게 타 있다.
어느새 들판에 울려퍼지던 구성진 풍년가는 간데없고 농민들의 깊은 한숨과 절망만이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일손돕기 나서자=농심은 갈수록 흉흉해져 간다.
공공기관조차 선거법에 저촉될까 두려워 일손돕기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웃어넘기에는 세상인심이 각박해져 가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북도를 비롯, 일선 시.군에 일손돕기창구를 마련했지만 신청자는 거의 없다. 경찰과 공무원, 봉사자들이 일손을 도우면서 농심을 달랜다.
때문에 예년처럼 공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올해도 농촌 일손 돕기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다.
경북도는 공무원과 군인, 학생, 기업체, 예비군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농촌일손돕기운동에 나선다.
/김성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