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new right)의 역사관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광복절 행사마저 양쪽으로 갈라져 개최되었다.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뉴라이트란 무엇인가. 한국의 뉴라이트는 2004년 자유주의연대로 출범하여, 2007년 뉴라이트 전국연합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보수적 학자 중심의 이들은 반공주의, 신자유주의, 기독교 근본주의 등 극우적 사고를 선호한다. 이들 중에는 과거 진보 좌파에서 ‘신흥 보수’를 표방하며 우파로 전향한 사람들까지 있다. 이들은 ‘교과서 포럼’을 통해 역사 교과서의 개편을 시도하면서 ‘현대 사학회’를 통해 자신들의 극우적 주장을 파급하려 했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의 주요 기관이나 독립운동기념 단체 등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려는 주요 공직에 뉴라이트 인사를 대거 기용하였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관련 대한광복회가 정부의 광복절 행사에 불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정치의 극한적인 대결의 기저에 뉴라이트의 극우 편향적 역사 인식이 한 몫하고 있는 셈이다.
첫째, 뉴라이트의 역사 인식은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시하는 친일사관과 상통한다. 낙성대 경제 연구소 이영훈 교수 등 뉴라이트 인사들이 출판한 ‘반일 종족주의’(2019년)는 한국사회 위기의 근원을 한국인들의 ‘반일 종족주의’에서 찾고 있다. 이들은 한국 민족주의를 종족주의로 비하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을 지지하고 있다. 일본의 조선 침략으로 수많은 동포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전 민족이 고통 받은 역사를 인정치 않고 있다. 이들 중엔 일제의 ‘양곡 수탈’을 ‘수출’로 둔갑시키고 있다. 일제 시 일부 친일 부역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선 백성들이 수난 받은 역사까지 부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그들의 역사 인식은 일본 정한론자 요시다 쇼인의 역사인식과 괘를 같이한다. 쇼윈은 이토오 히로부미 등을 길러 조선 침공의 발판을 제공하였다. 그러므로 뉴라이트의 천박한 역사인식은 일본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반민족적 친일사관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둘째, 뉴라이트의 이러한 역사인식은 결국 상해 임정 등 항일 독립운동까지 폄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낙성대 연구소의 정안기 교수는 올해 ‘김구는 테러리스트로 살았다’는 저서를 출판하였다. 이렇게 되면 일제 시 대구에서 출범한 항일 무장비밀 결사인 광복회의 활동까지 모두 테러행위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의열단의 이종암, 청산리의 김좌진, 광복회의 우재룡, 상해 임정의 윤봉길의 활동마저 테러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일제 시 수많은 항일 투사들이 일본 법정에서 폭력 테러 살인범으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뉴라이트 인사들의 김구 테러리스트라는 주장은 결국 일제의 단죄를 정당화시킬 뿐이다. 그들의 1948년 8·15 건국절 제정주장도 1919년 상해 임정의 역할을 비하 시키려는 의도일 뿐이다. 이들 뉴라이트 일부는 상해 임정을 정부가 아닌 ‘임의 민간운동 단체’로 폄훼하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상해 임정에서 탄핵된 이승만 대통령을 극찬하고 있다. 이는 분명 반 헌법적 반역사적 역사인식이다.
셋째, 뉴라이트적 인식은 대일 외교 등 현안문제 해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본은 아직도 우리의 고유 영토인 독도까지 자기들의 영토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노동자 강제 징용, 종군위안부 문제까지 일본의 요구에 양보해 버렸다. 일본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요건인 한국인 강제 동원사실까지 기록에서 삭제해 버렸다. 일본정부는 최근 그것을 한국 정부와 수차례 협상 결과라고 강변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달 다녀온 일본 야마구치의 장생 광산에도 당시 강제 동원되었던 조선인 노동자 137명이 수장되어 있다. 일본의 민간단체까지 이 문제 해결을 주창하지만 일본 정부도 한국정부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뉴라이트 일부 인사들은 노동자 동원마저 강제가 아니고 위안부도 자발적 생계형이라고 동조하고 있다. 불행한 과거에 묶여 대일 협상마저 거부하는 것은 온당치 않지만 역사의 바른 인식은 협상의 전제이다. 신채호의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주장을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뉴라이트적 시각은 학자들의 연구 차원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사상과 학문의 자유라는 입장에서 허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이런 뉴라이트 인사 25명을 정부 요직에 기용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국방, 통일부 장관, 국편 위원장, 한중연 원장, 동북아 역사재단 이사장, 과거사 정리 위원장 등 정부 요직에 이들을 임명 전진 배치한 것은 유감 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인식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 안보, 대북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극한 이념 대결 정치로 치닫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라이트의 이러한 역사 논쟁이 국익에 도움보다는 분란만 야기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교육, 노동, 연금 개혁 등 3대 국정과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대통령의 30%대의 지지율 반등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 라이트의 왜곡된 역사 인식은 민족의 정통성을 약화시키고, 국민들의 자존심마저 훼손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