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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새벽까지

한 장씩 더듬으며 너를 떠올리는 것은내가 이 풍경을 대충 읽어버린 까닭이다.어두워지더라도 저녁 가까이창문을 달아두면검은 새들이 날아와 시커멓게강심(江心)을 끌고 간다.마음의 오랜 퇴적으로 이제 나는이 지층이 그다지 초라하지 않다.그 창 가까이 서 있노라면오늘은 더 빨리 시간의 전초(前硝)가무너지는지,골짜기를 타고어느새 핏빛 파발이 번져 오른다.곧 어둠의 주인이 찾아들겠지만내가 왜 옹색하게 여기몇 가을째 세들어 사는지헤아리지 않아서 이미 잊어버렸다어떤 저녁에는 병색 완연한 새 한 마리가내 사는 일 기웃거리다 돌아가면나도 아주 하릴없어져 어스름 속에쭈그리고 앉아 불붙는 아궁일물끄러미 들여다보거나 정 심심해지면땅거미 가로질러하구 저쪽 갯벌 끝 끝까지 걸어가곤 한다.거기에는 소금을 모두 비운 한 채소금 막이 아직도 쓰러지지 않고 남아 있다.시간의 무딘 칼날에 베여도 이제 더는아프지 않도록이 밤의 책들 다 사르리라, 나는불꽃을 훨씬 뛰어넘는 새벽의 사람이 되어서평온한 저물녘의 풍경을 나열하며 노을 따라 스미는 내면의 평화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을 힘들게 하던 시련과 고통, 상처의 시간을 극복하고 희망차고 안정된 새로운 시간을 마련해가겠다는 의욕에 찬 시인의 마음 자락을 읽는다. 시인

201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