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전신주 걸려 발화한 듯<br/>대구·경북 年 2만t 폐비닐 발생<br/>재활용 어려워 환경오염 극심<br/>영농 폐기물 불법 소각 화재도<br/>지역서 최근 5년 1천500건 ‘↑’<br/>산불·생태계 위한 대책 세워야
사흘 동안 400여㏊의 산림피해를 낸 영덕 대형산불의 원인이 영농폐비닐 때문인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나면서 영농폐기물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경북은 3년 연속 대형 산불로 막대한 산림피해를 입고 있어 항구적 산불 예방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오전 4시쯤 영덕군 지품면 산하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일 오후 2시 30분쯤 진화됐다. 이 불로 임야 400ha가 소실돼 50억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조사가 완료되면 피해 지역과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4면>
또한 이번 산불 발생의 원인으로 농사용 반사필름이 지목됐다. 영덕군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는 1차 조사에서 여러 정황으로 미뤄 농업용 반사필름이 강한 바람에 날리면서 전신주 피뢰침 쪽에 걸려 불꽃이 일면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영덕군은 지난 15일 지품면 삼화리 산에서 처음 발화한 산불이 전신주 스파크 발생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했다. 농업용 반사필름이 날아가 전신주에 닿아 불꽃이 발생해 발화했다는 것.
농업용 반사필름은 사과 등의 과일이 햇볕을 골고루 받게 해 빛깔을 잘 내게 하고 생육과 품질을 높여주는 농자재로 농촌지역에서 대중화 돼 있다.
방치된 농업용 반사필름은 알루미늄이 포함돼 있어 재활용이 어렵고 잘 썩지 않아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특히 바람에 날려 전신주에 걸려 스파크로 인한 정전이나 산불 등 화재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항상 지적돼 왔다.
또한, 농민들도 영농폐기물을 환경자원관리센터 등에 직접 가서 처리해야 하지만 귀찮다는 이유 등으로 자체 소각 등으로 처리하면서 산불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대구·경북 각 시·군에서 발생하는 영농폐기물의 경우 매년 2만t 가량이 수거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와 한국환경공단 환경통계정보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에서 발생하는 영농폐비닐은 하우스용 LDPE, 멀칭용 LDPE, HDPE(PVC, EVA), 기타 등으로 2015년~2019년 26만4천531t이 발생했다. 하지만 연간 약 2만t 가량이 수거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영농폐기물 등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화재 발생 건수는 2015년~2021년 1천5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본부에서 영농폐기물 소각 관련 자료를 따로 정리하지 않아 모든 화재 발생 건수가 영농폐기물 소각에 의한 것은 아니겠지만 쓰레기 소각 관련 화재의 상당수가 농촌에서 발생하고, 이는 영농폐기물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수농가 A씨(65·영덕군 달산면)는 “농작물 수확이 끝나면 농가마다 폐비닐 등 영농폐기물 처리로 골머리를 앓는다”며 “불편하다고 방치해 놓은 영농폐기물이 소중한 산림을 훼손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경북도와 각 시·군은 영농 폐기물 수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단체 관계자 B씨는 “버려진 영농폐기물은 산불발생의 원인도 되지만 토양오염을 일으켜 자연생태계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수거대책보다는 친환경대체제를 개발해 영농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영농폐기물을 방치하게 되면 환경오염과 자연경관 훼손을 비롯해 최악의 경우 산불 등 화재의 원인이 된다”며 “행정적인 관리대책에 앞서 농가에서도 마을 경관 및 환경 보존을 위해 영농폐기물 수거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