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구룡포 태풍 ‘오마이스’ 피해 현장<br/>국지적 폭우에 산에서 토사 밀려와 침수·담장 붕괴 등 피해 잇따라<br/>가재도구 등 집안·밖엔 흙투성이… 지역주민들 밤새 뜬 눈으로 지새
거리에는 소파, 침대 등 온갖 가재도구가 집앞에 널브러져 있었다. 혹여나 집이 무너질까 밤을 꼴딱 새운 채로 이른 아침부터 청소를 위해 나온 주민들은 저마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한결같이 “이런 비는 처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밤을 지새운 주민 A씨(78)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골목 어귀까지 나와 소방관들의 배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숨 가득한 표정으로 그는 한 손에 쓰레받기를 들고서 길가로 흙과 물을 퍼내기도 했고, 다른 집들을 찾아 피해를 확인하기도 했다.
A씨는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새벽에 내린 폭우에 대해 “하늘에서 비가 확 때려 부었다”고 표현했다. 24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이날 포항 도심지역에는 0시부터 오전 11시까지 50㎜의 비가 내렸는데, 남구 구룡포읍에는 102㎜의 비가 쏟아졌다. 국지적 호우로 구룡포읍민들은 포항시민들이 단잠을 자고 있을 때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집 대문과 벽면에 선명하게 남은 자국은 전날밤 차오른 빗물의 양을 짐작케 했다. 적은 곳은 무릎, 많은 곳은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이 일대는 물난리가 났다. 창고가 물에 잠기면서 겨울나기를 위해 쌓아둔 연탄 수십개가 모두 물에 젖어 쓸 수 없게 됐다. 냉장고가 집안을 떠다니거나 차량이 물에 잠기는 등 다른 집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담이 무너지거나 뒷산에서 토사가 밀려오면서 집이 잠긴 곳도 있었다.
A씨는 “아들들이 태풍 피해 없냐고 연락왔던데 집이 잠겼다고 말을 못해서 괜찮다고 했다”면서 “이곳으로 이사오고 나서 이런 비는 처음이다. 혼자서 이걸 언제 다 치우나 싶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