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정부간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 국민의 힘 소속 5개 광역단체장은 18일 서울에서 모임을 갖고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전년도 가격으로 동결하고, 가격결정권도 자치단체에 이양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30년 90% 현실화를 목표로 국토부가 올해 인상률을 19.08% 상향하면서 이미 논란을 빚어왔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지난달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를 전면 재검토해 줄 것과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정부의 산정근거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모인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은 공시가격의 동결, 조사권한의 지방이양과 동시 감사원의 조사 지시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여당 소속 단체장은 정부의 잘못에 대해 말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건의가 대한민국을 위한 좋은 일이라 말했다.

이들 주장은 공시가격의 상승속도를 줄이고 코로나로 힘든 국민의 조세부담을 줄이자는 것과 가격산정 과정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많으니 공동으로 검증해 보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현재 이의 제기 건수 4만여건만으로 정부 공시가격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반증했다는 것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이며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건강보험료 등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국민에게 부과될 세금의 근거라는 점에서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산정가격이 공정했느냐는 것과 과도한 인상으로 국민에 미칠 영향을 따져 보자는 것이다.

세금이 호랑이 보다 무섭다는 옛말의 교훈을 새겨볼 때다. 공시가격을 담당하는 국토부가 산정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면 야당 단체장의 주장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 공동조사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점을 찾는다면 그것 자체가 문제해결의 방법이다. 국민 대다수는 세금 납부가 우리 사회의 질서와 공영발전을 해야 할 도리로 생각한다. 정부가 공정성을 잃는다면 조세 저항은 감당할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과세의 신뢰회복을 위해 야당 단체장의 주장을 수용하는 용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