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병원비 비싸단 말, 사실이었네
포항 병원비 비싸단 말, 사실이었네
  • 김민정기자
  • 등록일 2021.04.01 20:05
  • 게재일 2021.0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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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병실료 등 비급여 진료비
대구 등 전국보다 웃도는 실정
병원별 산정 비용도 ‘천차만별’
도수 치료 등은 수십배나 격차
시민들 “과잉진료행위 근절을”

포항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크다 보니 포항시민들은 같은 질병으로 몸이 아파도 다른 지역보다 더 비싼 치료비를 내고 있는 셈이다. 포항 내에서도 어느 병원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는 들쭉날쭉 차이를 보인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전국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항목 가운데 상급병실료 1인실 평균금액은 A병원이 28만원으로 포항에서 가장 비쌌고 이어 B병원 22만원, C병원 21만원 순이었다. 전국 평균금액이 20만1천475원인 것과 비교하면 병실 이용료가 대체로 높은 편이다. 가까운 대구에서는 종합병원으로 분류된 11개 기관 중에 드림종합병원의 1인실 비용이 27만원으로 가장 높고, 곽병원(16만원)을 포함한 5곳에선 10만원대의 이용금액을 받는다. 그동안 시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된 “포항은 유독 병원비가 비싼 것 같다”는 불만이 단순 짐작이 아니었단 얘기다.

증식치료(사지관절부위)도 포항에선 꽤 돈이 많이 드는 항목이다. 전국 평균금액이 6만1천34원인데, 지역에선 D병원이 최고 30만원을 받는다. 후각기능(인지 및 역치) 검사는 A와 E병원에서 평균 5만5천원이 든다. B병원은 3만원이면 된다. 갑상선·부갑상선 초음파검사에 A와 B병원은 14만5천원을 받는데, C병원은 이들보다 5천원 더 저렴하다. 같은 검사인데도 포항의료원은 8만원을 받는다. 환자가 어느 병원으로 가느냐에 따라 진료비를 최대 7만원 정도 아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진료 행위에 대해 병원이 “특수한 치료요법을 적용했다”“새로 나온 약제를 처방했다”는 식으로 비급여 항목으로 책정할 경우 환자부담액이 커진다.

도수치료의 경우 포항 종합병원뿐 아니라 병원급, 요양병원 등을 모두 포함해 가격을 비교해보니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그중에서도 F병원은 치료 부위와 약제 종류에 따라 최저 1만원, 최고 30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무려 30배 가량 벌어졌다. 반면 B병원은 최저·최고금액 모두 2만5천원으로 지역에서 가장 낮았다. 병원에서 정한 비급여 진료비가 워낙 천차만별이다 보니, 시민들은 의료행위를 마치 알뜰상품처럼 가격을 비교해 선택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올해 초 쌍둥이를 출산한 강모(32·북구 양덕동)씨는 “같은 초음파 검사라도 대구·부산보다 포항은 비급여 진료비를 4만원 더 청구하길래 임신 기간 중에 하루씩 날 잡고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다”며 “포항에 산부인과 병원이 적기도 하고, 아예 대구 등에 있는 부모·친척 집으로 전입신고를 한 뒤 기형아 검사, 예방접종 등 각종 임신출산 비용을 아끼는 엄마들도 있다”고 했다.

이처럼 비급여 진료비 차이로 인해 형성된 포항의 의료불평등 구조 속에 시민들은 과잉진료와 같은 의료행위가 만연해졌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지역 병원들이 비급여 진료비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시설 규모를 확장하거나 대내외 업무비에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일고 있다.

실제 보험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진료항목은 병원 수익을 올리는 주요 수단으로 곧잘 이용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데, 2019년 국내 비급여 진료비는 총 16조6천억원으로 2014년 11조2천억원과 비교하면 5년 새 50%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동네의원처럼 비교적 규모가 작은 곳에서는 영양주사나 도수치료처럼 가격 책정이 자유로운 비급여 진료항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중증·고액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2019년 기준 상급종합병원의 보장률은 69.5%, 종합병원 보장률 66.7%로 목표로 삼은 70%에 근접하고 있지만, 의원급의 보장률은 오히려 전년대비 하락해 57.2%에 그쳤다. 포항에 대학병원과 같은 중증질환 치료기관이 없다 보니 공공의료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여건 탓에 건강보험 보장률은 낮고, 의료불평등 구조는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건강보험공단 이철우 포항북부지사장은 “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선 영리추구 성향이 없는 공공병원 확충이 필요하다”며 “대학병원과 같은 공공의료 시스템 아래에서는 진료비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공공의료 확충은 비급여 항목뿐 아니라 진료수가 전체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해 합리적인 의료 선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그동안 가격정보 공개대상에서 제외했던 의원급까지 포함해 오는 6월 동시 공개할 예정이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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