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말 화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어딨어

그건 버리면 안 돼 이것도 안 돼

애초부터 저장유전자가 있는 것처럼

저장 저장해

터질 것 같은 신발장

삐져나오는 장롱

구석구석 쌓아둔 그에 대한 기억과 고통

별별 것 다 담고 버리지 못하는 저 병중

오늘 버릴 것과 놔둘 것들

정리 좀

마음에 켜켜이 담아둔 미움도

추악한 추억도

제발 버려

사는데 문제없어

저장강박증이라고도 불리는 호더스 증후군은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일종의 정신적 질환이다. 한번 물건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습관을 일컫는 말이다. 거칠줄 모르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시인의 자성과 함께 야유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끊임없이 집착하며 모으고 채우고는 버리고 베푸는데는 인색한 인간의 속물적 근성에 대한 질타의 시심이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