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동 균

눈 맞으며 서서 죽는 나무들을 보았네

한겨울 가리왕산 얼음폭포 근처

어떤 나무들은

무릎 꿇고

얼어붙은 땅에 더운 숨을 불어넣듯

맨얼굴 부비고 있었네

얼마나 더 싸우고

얼마나 더 가난해져야

지복(至福)의 저 풍경 속에 가 닿을 수 있을지

나는 신발끈을 묶는 척 돌아서서

눈물 훔치고는

이빨을 꽉 물고 내려왔네

빈방에 속옷 빨래들이 널려 있는

사람들의 세상으로

시인은 왜 얼음폭포 부근 눈 맞으며 죽는 나무들이며 맨얼굴을 땅에 비비는 나무들을 지복(至福)이라 했을까. 한 생을 세파에 흔들리고 견디며 이겨내고 후회 없이 죽은 나무들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조그마한 시련에도 주저앉아버리는 인간세상을 향해 던지는 시인의 매서운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