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보류 사태에 대한 지역민들의 부정 여론으로 지역 정치권이 수습에 들어간 모양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의 보류에 대해 대구·경북 정치권과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구와 경북 국회의원들도 국회 본청 앞에서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규탄대회를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법 보류 사태를 놓고 지역 정치권이 ‘책임 전가쇼’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야 정치권이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부응에 화답하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권 시장은 성명서 발표 후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정말 힘없는 야당인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은 시·도민들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구·경북을 내팽개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대구·경북 홀대이자 정치적 폭거”라고 비난했다. 그동안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말을 아꼈던 권 시장이 이날 작심하고 정치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실제 대구·경북 정치권은 ‘무기력’, ‘각자도생’, ‘모래알’ 행보를 보이며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한 결의조차 보여주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진행된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 보류’ 규탄대회에는 무소속 김병욱(경북 포항남·울릉) 의원도 참석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추경호(대구 달성)·김영식(경북 구미을)·윤두현(경북 경산)·박형수(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의원 등은 지역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동네 공항’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대구·경북 정치권의 단합이 필요했지만, 지역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인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주 원내대표는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지사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맞서 곽상도(대구 중·남구) 의원이 주장했던 ‘밀양신공항 특별법’ 대신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대응카드로 내놓은 것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밀양신공항 특별법을 내고 싸워야 협상력이 생긴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라며 “지금은 우리가 ‘바지가랑이 잡고 하라’는 것밖에 더 있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떻게든 노력해보자고 권 시장과 이 지사에게 얘기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 의원은 “신공항과 관련, 대구와 경북 정치인들은 직을 걸고 필사즉생의 각오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해 9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발의를 예상하고 동시 처리를 위해 TK 백년 미래가 달린 TK 신공항 특별법을 선제적으로 발의할 땐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최근 동시 통과 추진에도 극히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며 “이제 와서 뒷북을 치며 TK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주장한들 버스는 이미 떠났다”고 했다. 그는 “그간 이들이 TK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위해 단 한 번이라도 합동 대책회의를 한 적이 있었는가. 강 건너 불 보듯 방관으로 일관하지 않았는가”라며 “대구시장, 경북지사, TK 신공항 관련 정치인들은 그 직을 걸고 필사즉생 각오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의 강력 반대로 무산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이 오는 25일 국토위 교통법안소위원회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주 원내대표는 “속기록에 보면 이어서 협의한다고 되어 있다”며 “교통법안소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에게 ‘쎄게 이야기하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이헌승 의원은 “첫 번째 안건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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