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교육 여론조사’ 결과, 원격수업 장기화에 사교육 심화 40% 넘어
교육부, 내달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 신설·AI 학습시스템 확대 등 나서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으로 공교육 현장에서 원격수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사교육에 대한 부담은 이전보다 더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로 등교수업이 축소되면서 사교육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공교육에서 발생한 자녀의 학습손실과 학습격차 등을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20 교육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 중 다수가 ‘사교육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약 4주간 국민 5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초·중·고교생이 받는 사교육이 최근 2∼3년 내 어떻게 변했느냐’는 질문에 42.8%가 ‘심화됐다’고 응답했다. 반면 ‘줄었다’는 응답은 5.5%에 불과했으며 ‘별다른 변화 없다’는 응답은 51.8%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사교육이 심화했다는 응답은 2017년 현 정부가 들어선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42만9천원으로 전년(39만9천원) 보다 7.5%(3만원) 증가했다.

대입을 준비하는 고교생뿐만 아니라 초·중학생 사교육비도 늘었다. 국민 94.3%는 사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사교육을 하는 이유는 “남들이 하니까 안 하면 심리적으로 불안하다”(26.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올해는 코로나19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격차가 커지며 등교수업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컸다. 하지만, 교육부 발표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만 매일 등교할 수 있게 됐다. 그 외 나머지 학생들은 밀집도를 준수하며 등교·원격수업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자녀의 학습 부진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더 의존하고 있는 분위기다.

포항시 북구에 거주 중인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39·여)씨는 “아이가 올해 5학년이 되는데 등교수업이 많이 줄어들면서 혹시나 학교 진도를 따라가지 못할까 싶어 수학과 영어 학원을 보내며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친한 학부모끼리 학원 여러 군데를 알아보면서 괜찮은 곳은 서로 귀띔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포항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고3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입시 준비반을 등록하기 위해 문의해 온 학부모가 그 전년보다 더 늘어났다”며 “코로나19로 등교 횟수가 줄어들어 비교적 시간이 여유롭고, 학습 격차 등을 우려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더 많이 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21년 업무보고 계획’에서 원격수업에 따른 학력격차를 없애고자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기초학력 결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3월 중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를 신설하고 ‘기초학력보장법’ 제정을 추진한다. 소규모 대면 보충지도를 강화하면서 개별 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활용 학습 시스템도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실시간 수업과 조·종례 등 다양한 형태의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지원을 뒷받침하고자 다음 달부터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에 화상수업 서비스를 전면 개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