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갯빛 연연(鳶鳶)마다 희망을 싣고…
무지갯빛 연연(鳶鳶)마다 희망을 싣고…
  • 등록일 2021.02.02 18:40
  • 게재일 20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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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손경찬의 대구·경북 人
한국예술문화 전통지연 명인 황의습
연 날리기를 통해 우리의 전통 얼이 후대로 전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말하는 황의습 명인.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에 연싸움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집 아들인 아미르가 연을 날리고 하인의 아들 하산은 수십 리 길을 달려가서 줄이 끊긴 연을 찾아온다. 하산은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연을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아미르에게 있어서 하산은 친구이면서 하인이고, 하산에게는 아미르가 도련님이면서 친구다. 신분의 차이가 사람의 입장을 만드는 교훈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마을에 연 날리기 대회가 열리고 아미르와 하산이 한 조가 되어서 참가한다. 바람을 따라 연이 새처럼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하산의 기지로 그들은 연싸움에서 승리한다. 어느 날 실이 끊긴 연을 찾으러 간 하산이 아쉐프 일당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숨어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아미르는 두려움에 질려 곤경에 빠진 하산을 모른 척하고 자리를 피한다. 그 일이 두고두고 아미르를 괴롭히며 죄책감을 갖게 한다. 아미르는 죄책감을 벗어던지기 위해 생일선물로 받은 시계를 하산의 침대에 감추고 모함을 한다. 그 일로 하산과 그의 아버지가 쫓겨나고, 그 일이 아미르에게 영원히 씻지 못할 고통과 죄의식으로 각인된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우리의 전통지연에 관심을 갖고 호연지기를 키웠으면 하는 마음

방패연에 담아 하늘 높이 띄우는 명인은 연 만드는 장인에 대학 산학협력 교수

재소자와 출소자들 교화와 봉사에 힘쓰는 법무부 교정 자문위원장…

태극무늬·나비문양·달구벌 市鳥 독수리연 등 방패연 외길인생

연 날리기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시작된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세시풍속이다. 식구들과 둘러앉아 연을 만들어서 천변이나 강가의 모래밭 같은 넓은 곳으로 나가서 연싸움을 벌이거나 연 묘기를 선보이며 가족들의 건강과 꿈, 희망을 기원하며 소망을 빌었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정서를 아름답게 수놓은 ‘연(鳶)’을 만드는 명인이 있다. 세계 연 날리기 대회를 통해서 한국 전통 연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 각국의 연을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는 그의 사무실에는 연을 보관한 방이 따로 있다. 그 방에는 태극무늬와 나비문양이 그려진 연과 달구벌의 시조인 독수리연 등, 여러 형태의 문양이 담긴 많은 방패연이 걸려 있다. 댓살과 한지를 이용하여 전통 기법으로 만든 연이었다. 탁자에 놓인 독수리연의 한가운데 둥근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것은 특이하게 방패연에만 있는 방구멍이라고 했다.

“저 구멍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주세요.”

“방구멍은 바람의 저항을 줄여서 연을 잘 날게 하는 우리나라만의 과학적인 기법입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연이 바람과 잘 융화되어 가볍게 날 수 있는 것도 그 방구멍이 바람의 길을 내주기 때문입니다.”

연 한가운데 자리 잡은 방구멍이 바람에게 길을 내주며 맞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때문에 강풍에서도 연이 상하지 않고 유연하게 날 수 있다던가. 유선형으로 휘어진 머릿살과 바람이 잘 타는 한지, 댓살의 탄성이 바람의 강약을 조절해서 연을 자유롭게 날도록 해준다며, 명인은 방패연이 매우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연놀이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전해온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이다. 고려시대 백운거사 이규보의 한시에 ‘유월의 염천에는 연을 보기 어렵더니/가을에 접어든 지 사흘 만에 쌀쌀해졌네/이웃 아이들 모여서 부산하게 떠들며/좋아라 하늘 높이 지연을 날리네.’ 연놀이는 군사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는데, 이순신 장군이 섬과 육지를 잇는 통신 수단으로 비연을 이용했다고 한다. 장군이 들쭉바지기연을 날리면 군수품 조달을 뜻하고, 까만 외당가리연을 날리면 새벽 공격명령을 알리고, 삼봉산의 문양이 있는 연을 날리면 삼봉산에 집결하라는 명령이라고 한다. 통영은 물론이고 연날리기 고수들이 그 방법을 많이 응용한다고 전한다.

“연이 우리 민족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연에 실은 꿈과 희망을 하늘 높이 띄워서 자연에게 물어보는 것이죠.”

그러면서 명인은 “날아라 훨훨, 하늘 높이 훨훨 날아라, 연실에 매달려 양귀 휘날리며 날으는 방패연아~” 하고 동심 어린 노래를 불렀다. 직접 작시를 했기 때문에 저작권료도 나온다고 슬쩍 자랑을 한다.

연은 일 년의 무사고를 비는 액막이나 풍요의 기원과 복을 불러들이는 기복의 의미를 담기도 한다. 명인의 저서 ‘한국전통 지연(紙鳶)’에 의하면, 액막이연의 유래가 특히 재미있다. 매년 정월 초하루부터 연놀이를 하다 열나흗날 밤에 액막이연을 띄우는데, 연에 ‘액(厄)’자를 쓰거나 주소와 성명, 생년월일, 혹은 송액의 한시를 쓰기도 하고, 동전이나 솜뭉치를 매달아서 불을 붙여 띄우는 것으로 나쁜 액을 날려 보내며 한해의 풍요를 빌었다. 이는 달집태우기와 같은 맥락이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끊임없이 외세의 침입에 시달리면서도 연놀이 같은 민속놀이로 복을 빌 줄 아는 낭만을 간직하고 있었다.

“대구는 연놀이 행사를 어디서 합니까?”

“금호강변으로 가야죠. 대구는 연 날릴 곳이 없으니.”

황의습 명인은 대구가 분지이고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어서 연 날릴 곳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연 날리기 세계대회를 들판이 넓은 의성에서 치른다고. 연간 300-400개의 연을 만들어 학교 교육을 통하여 전통지연의 유래를 알리는 것과 동시에 각종 연 날리기 행사 시연과 전시회 등, 다양한 활동으로 지연 전승자들을 배출한다.

“연을 만들며 어떤 기원을 담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연 날리기를 통해서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의 얼을 되살리고 계승 발전시켜서, 후세대대로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습니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우리의 전통지연에 관심을 갖고 호연지기를 키웠으면 하는 마음을 방패연에 담아서 하늘 높이 띄우는 명인에게는 연 날리기만큼 열심히 해온 일이 또 있다. 그게 바로 교도소 교정교화 활동이다. 명인은 연을 만드는 장인임과 동시에 재소자와 출소자들의 교화와 봉사에 힘쓰는 법무부 교정 자문위원장이고,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산학협력 교수이기도 하다.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회장으로 자원봉사를 했다. 연과 쉽게 연결되지 않는 교도소라는 공간성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거기서 어떤 일을 하세요?”

 

“연 날리기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시작된 전통 세시풍속

천변이나 강가의 모래밭 같은 넓은 곳으로 나가

연싸움을 벌이거나 연 묘기를 선보이며

가족의 건강과 꿈·희망을 기원하며 소망을 빌어”

“법무부 교정위원, 교정자문위원, 징벌위원, 교정옴부즈만 활동을 했어요. 재소자들과 상담도 하고, 정신교육도 하고 대구, 경주, 청송 안동교도소 등, 재소자들이 필수적으로 받게 되어 있는 교육 과정에서 강의도 하고, 수용자를 위한 문화공연을 합니다.”

교도소로 친구 면허를 갔다가 우연히 시작한 일이 무려 30여 년간 일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전통지연 명인이 되면서 촉박한 시간 때문에 교도소 활동을 줄이고 ‘보은의 집’만 운영하고 있다. 무연고 출소자들이 머물 수 있는 ‘보은의 집’은 형량을 마치고 사회에 나온 이들을 잠시 머물게 해주는 곳이다. 단순하고 순수해서 사회성이 더 어두웠던 그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취업을 알선하고, 정신교육도 한다던가. 대학에서 교정학을 전공했고 재소자들을 위한 봉사가 본업이었던 명인의 삶이, 전승자들과 아이들에게 연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연을 만난 게 언제였어요?”

“1981년입니다.”

일본인이 쓴 책을 읽고 연을 만났다. 세계적인 석학인 그 작가는 21세기가 오면 그 나라의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서 성장해야만 국제경쟁력이 생긴다며 한국을 문화적인 은혜의 나라이고, 스승의 나라라고 표현했더란다. 그 말에 감화를 받아서 명인은 연을 만들게 되었다. 명인은 오방색을 갖춘 호랑나비와 우주로 음양의 조화를 이룬 연을 만들어서 한국예술문화 전통지연 1호의 명인으로 인정받았다.

“연을 하나 만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열흘에서 보름쯤.”

한지를 먼저 다듬질해서 연을 만들어 그림을 그리는데, 수십 번 반복해서 색칠을 한 후에야 연이 완성된다. 형태적 분류에 따라 호랑나비 태극방패연과 송액영복 가오리연, 호랑나비 줄연과 같은 창작연이 있고, 문양적 분류에 따라 꼭지연과 반달연, 치마연, 동이연, 초연, 박이연, 발연, 방패연이 있다. 연 날리기 대회에서는 줄연을 많이 날린다. 조선 후기 학자인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연싸움을 위해 비단실과 무명실로 만든 연줄에 돌가루와 구리가루로 가미를 먹였다는 기록이 있다.

문방구에서 산 가오리연에 공책이나 만화책을 오려서 꼬리를 잇던 날이 있었다. 연을 높이 들고 뛰어간다. 꼬리가 길어서 날아오르지 못하나 해서 꼬리를 떼어버린다. 그러자 연이 기다렸다는 듯 사뿐 떠오른다. 연은 풍속 5m의 바람만 있어도 날아오른다고 한다. 연이 그렇게 가벼운 바람으로도 높이 날 수 있는 것은 제 몸이 그만큼 가볍기 때문일 것이다. 연이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제 몸을 가벼이 하라는 말없는 가르침일지도 모른다.

/글 장정옥 소설가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김만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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