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1명 등 20만명에 오늘~31일 코로나 의무검사 ‘행정명령’
시, 최근 지역내 산발감염 확산되자 과태료 부과 강경한 대책
상황 심각성 감안해도 공감대 조성 노력 없이 불쑥 발표 문제
시민들 “시기 촉박… 너무 앞서 나가… 방역 실패 전가” 반발

포항시가 전국 자치단체 처음으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가구당 1명 이상 코로나19 진단 검사 실시’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논란이다. 감염병 확산 저지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시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 시민불편을 강제하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포항시는 최근 목욕탕 관련 N차 감염과 가족과 지인 간 감염이 급증함에 따라 지역 내 감염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25일 강압적인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브리핑을 통해 “지역 내 N차 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선제적·공격적 검사 없이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단 행정명령 여부를 떠나 포항시의 코로나19 상황은 경북을 넘어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심각한 상황이다. 포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3번의 대유행 시기를 거치며 도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확진자(392명)가 나왔다. 특히 3차 유행 기간인 최근 두 달 사이 276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전체 포항시 확진자의 70.4%를 차지하고 있다. 주 평균 일일 확진자 역시 5주 전(12월 28일∼1월 3일) 3.6명에서 1주 전(1월 18일∼1월 24일)에는 6.3명으로 늘어났다. 경북이 같은 기간 44.7명에서 11.1명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26일부터 31일까지 도심밀집지역인 동지역 전역 및 연일·흥해읍 주요 소재지 가구당 1명 이상은 반드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며, 특히 전파력이 높은 20, 30대가 선제적으로 받아야 한다. 또한, 최근 확진자들이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다수 발생함에 따라 온천 및 목욕탕 정기(월목욕) 종사자·이용자, 일반·휴게음식점(카페, 식당 등), 이·미용업 종사자, 죽도시장 상인 등 이와 관련된 관계자는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행정 명령이라는 강압적인 방식에다, 엿새라는 짧은 검사 기간까지 겹치며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포항시민 김모(30)씨는 “사전 공지도 없이 당장 엿새라는 기간 안에 검사를 무조건 받으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5인 이상 사적모임도 금지하는 판국에 오히려 단기간에 검사를 위해 시민들이 한 곳에 몰리면 집단감염의 위험이 더 커지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시민 다수는 “주민들은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데 오히려 시가 너무 앞서 나간 것 같다”, “시의 방역 실패를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행위다” 등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포항시민 A씨(46·자영업)는 “코로나 감염병 사태가 유독 포항지역에서 확산하고 있어 불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행정명령은 좀 지나친 감이 있다”며 “부산시가 의심 증상자의 진단검사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거나 안동시의 자발적 진단검사 유도 캠페인 등의 시책을 펴고 있다. 이처럼 포항시민들의 민주적 시민정신을 전제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을 도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포항시는 우선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행정명령이 가진 강압적인 부분이나 과태료 등에 집중하지 말고, 사태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는 것.

이강덕 포항시장은 “시민께서는 불편하시더라도 코로나19 조기차단을 위해 이번 행정명령에 협조해 주기 바란다”며 “행정명령에 따른 검사 대상이 대략 20만명인데, 포항시에서는 일주일 동안 이를 안전하게 검사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강재명 포항시 감염병대응본부장도 “서울 및 타 도시의 경우 무증상 감염자가 30%인데 반해 포항시는 40%로 높기 때문에 조기검사를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기진단을 위해 이번 검사에 시민들이 적극 동참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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