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방
타인의 방
  • 등록일 2021.01.20 20:18
  • 게재일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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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경수필가
배문경
수필가

문을 닫자 사면에 갇혔다. 생일을 맞아 카페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잠시 보냈다. 뒷날 함께 했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일 전날 코로나양성인 사람과 함께 있었다고 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기겁을 한 친구는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해왔다.

말로만 듣던 두려운 상황이 내게도 일어났다. 코로나가 나와는 상관없으리란 생각이 여지없이 깨졌다. 잠시 침착하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나마 일요일이라 다행이었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사방이 숨조차 쉴 수 없이 옥죄는 감옥처럼 느껴졌다. 창문을 열어도 시원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양성일 수 있다는 불안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코로나에 걸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병원이 직장인 나는 입원환자와 의료진들, 직원들, 진료를 볼 환자들,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게 된다. 가족들은 또 어찌해야 할지 답이 없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던 코로나 환자가 입원한 병원과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 순간 목이 아프고 가슴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증세가 나타나는 걸까. 두려웠다. 사실이라면…, 종일 마음속 지옥에서 온갖 상상을 하며 보낸 시간이었다. 늦은 시간에 친구로부터 음성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안도의 숨이 터져 나왔다. 온통 세상이 깃털처럼 가볍게 와 닿았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 후에도 나는 세 번의 독방을 더 경험했다. 그러는 사이 현관문을 열면 삽시간에 가족들이 사라졌다. 집으로 들어서면 거실은 좀 전까지 텔레비전을 봤는지 요즘 유행하는 미스트 트롯의 멤버들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트로트를 열심히 불렀다. 급하게 방으로 모두 들어간 흔적이다. 입에 착 달라붙는 노래가 어서 오라고 인사한다. 나를 반기던 가족은 모두 타인이 되었다.

노크를 하면 곧 첫 직장에 출근을 하게 될 딸의 예민해진 외마디가 들린다. 방마다 사람은 있지만 벽처럼 단단한 문은 걸쇠를 건 채 여는 것을 완강히 거부한다. 나의 “퇴근했다”는 인사소리만 메아리처럼 울리다 바닥에 툭 떨어진다.

방문을 닫으면 외롭다. 가족이 모여 텔레비전을 보든 음식을 먹든 함께 하던 시간이 아주 오래전처럼 아득하다. 최인호의 타인의 방처럼 인정받지 못한 내가 웅크리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타인에게 힘든 상황을 만드는 것도 내가 타인으로 인해 힘들어지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안전하기를 바라지만 고립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허전하고 버겁다.

상황이 코로나 검사를 받게 했고 그때마다 음성이었다. 음성이라는 문자가 올 때까지 마음은 납덩이처럼 무겁다. 음성이 지금 괜찮다는 뜻이지만 ‘다행’이 언제 ‘불행’이 될지 모른다. 그만큼 역병은 내 주변까지 깊게 파고들었다.

이러다 어느 순간 나도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속의 주인공인 그레고리처럼 가족들로부터 잊히는 것은 아닐까. 죽음이라는 단어가 현실을 움직이는 괴물이 되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이미 코로나로 죽은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그 속도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오늘도 현관문을 무겁게 열었다. 식탁 위에 어머니가 금세 끓인 된장찌개와 반찬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그 옆에는 딸아이가 쓴 예쁜 카드에 며칠 후 출근한다며 엄마의 건강을 걱정했다. 남편이 낮에 직장으로 전화를 했었다. “별일 없제?” 무뚝뚝한 한 마디를 하고 끊었다.

긴 시간 적과 싸우며 지친 나를 가족들이 위로한다. 내 곁에는 각각 타인의 방처럼 보이는 곳에 자신을 가둔 가족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두고 손을 자주 씻는 일이 예방이다. 그것보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적을 무찌르는 것은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 체온을 올리면서 면역을 키워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방마다 고립된 가족 모두가 서로를 염려하는 텔레파시를 열심히 타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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