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홀로 두 아이 키우는 A씨네
커가는 남매 각자 방 주고 싶지만
혼자 벌어 사는 것만으로 힘들어
설상가상 화장실엔 물도 안나와
한밤중 의절한 부모님댁 찾아가

난방이 되지 않는 큰 방. 아이들의 놀이공간이자 A씨의 공부 공간이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얻은 책이나 물건들이 가득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 제공

비가 오는 날이면 언제나 천장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진다. 경주에 사는 A씨는 여름, 특히 장마철이 어느 계절보다 싫다. 형형색색의 양동이를 들고서 빗물이 떨어지는 곳을 찾아 12평 남짓한 집안 곳곳을 이리저리 헤맨다. 양동이에 가득 찬 물을 비워내기도 수차례, 그런 엄마의 부산한 움직임을 환하게 웃으며 쳐다보는 초등학생 두 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면, 괜스레 하늘이 참 야속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이 돼 두 아이와 함께 생활 한지도 어느덧 5년이 넘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 그리고 이혼을 겪으면서 A씨는 부모와도, 남편과도 ‘남남’이 됐다.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동네 미용실에서 일하고 받는 소정의 급여와 정부지원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월세나 전기세 등을 내고 나면 한 푼이 아쉽고 아깝다. 전 남편이 양육비 명목으로 매달 보내기로 약속했던 금액도 1년에 1∼2번 받을까 말까다.

3인 가족은 한 방에서 같이 잔다. 큰 방은 난방이 되지 않아 주로 아이들이 낮에 책을 읽거나 뛰어노는 놀이 공간으로 이용하고, 밤에는 작은 방에 들어와 함께 잠에 든다. 성별이 다른 첫째와 둘째를 위해 각방을 선물해주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A씨는 알고 있다. 2년 뒤에는 남아인 첫째는 중학교에, 둘째인 여아는 초경시기인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다. 날이 갈수록 커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의미에서 무섭게 느껴진다.

 

수도 연결이 돼 있지 않아 사용이 불가능한 화장실. A씨는 아이들을 위해 의절한 부모의 집을 찾아가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 제공
수도 연결이 돼 있지 않아 사용이 불가능한 화장실. A씨는 아이들을 위해 의절한 부모의 집을 찾아가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 제공

특히, 지역아동센터에서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밤에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A씨의 마음은 아프다. 집 안에 있는 화장실과 부엌은 수도 연결이 안 돼 있어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그래서 ‘남’이 돼 버린 부모의 집을 매번 찾아가 화장실을 빌려쓴다. 의절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체면도, 염치도 없이 살겠노라 결심했기에 A씨는 한밤중 아이들의 손을 꼭 붙잡고 옆집 초인종을 누른다.

엄마로서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부모의 영향으로 한부모가정 아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기죽지 않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게 하기 위해 A씨는 최근 대학에 입학했다. 간호학과를 선택했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양 어깨에 짊어진 ‘부모’라는 책임감으로 A씨는 오늘도 낮에는 대학생, 밤에는 아르바이트생으로 분하며 이중생활을 한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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