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21.01.11 18:52
  • 게재일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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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 순

한번 성질 내면

온 산 다 뜯어먹어도 시원찮지만

지금 그 성질 많이 눌러놓고 있지

슴베 곧은 조선낫 들게 갈아

이 산에서 번쩍

저 산에서 번쩍

온 산기슭 뻐들어가는 칡넌출 후려가면

낫 얇은 까끄랑 왜낫들

감히 따라들 어림도 못하지

(….)

밀어 깎는 풀낫 갈대 베는 벌낫

담배 귀 따는 담배낫

백정들 눈물로 고리 짜던 버들낫

반달 같은 논배미의 반달낫

물음표의 옥낫 왼손잽이 왼낫

안 쓸 때 녹 낄라 조심조심

숫돌에 매우 갈아 기름 먹여 걸어두게

배고플 때 무깎기 제격이듯

더부룩한 삼팔선 풀 깎는 날 꼭 있으리니

농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인 낫에 대한 나열이 눈물겹다. 원죄처럼 타고난 농투성이들의 힘겨움이 시 전체에 배어 있다. 삶의 간난(艱難)이 태산 같은데 낫으로 그 운명적인 가난을 베어버릴 수 없이 안고 살아온 세월을 푸른 날로 지켜봐 온 것이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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