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용 목

(….)

몸 밖으로 쿡쿡 열매를 밀어내고 옥수수 늙은 수염을 몸빼처럼 펄럭입니다. 그 펄럭임의 대궁 속, 대처를 돌아온 자식이 세월도 바람도 아닌 그 깊은 속을 보고 싶어 까칠한 마디 슬며시 쥐였을 때, 나는 그만 대궁마다 가득한 어둠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상을 차린 어머니가 마당까지 나서 때 잊은 막내를 불렀지만, 나는 이미 어머니 캄캄한 몸속에서, 간간이 늙은 음성이 어머니를 빠져나가 햇살에 머리를 받고 스러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옥수수 대에 여러 개의 옥수수가 올망졸망 달린 모습은 꼭 어머니가 여러 자식새끼를 둥치둥치 업고 서 있는 고달픈 모습을 떠올린다. 시인은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고 텅 빈 몸으로 낡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옥수수 대에서 보는 것이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그 사랑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 땅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거룩한 본능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