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신

절박한 슬픔을

몰아내기 위한 처방전을 들고

등대로 간다

무표정한 얼굴을 풀고

따뜻한 웃음으로 맞아준다

때로는 경건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등대는 처방전에 맞게

약을 지어준다

약봉지를 건네주면서 한 마디 한다

이 약은 평안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 준다고

희망의 약은 있는 걸까. 시인은 절박한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희망의 약을 갈구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은 비바람 거센 물결을 맞으며 꿋꿋이 서 있는 등대에서 그 희망의 약을 발견한다. 캄캄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에게 깜박이는 등대불은 안전한 데로 인도해주는 희망의 빛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늘 변함없이 희망의 빛을 쏘는 등대불이야말로 희망의 약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