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상념(想念)
가을 상념(想念)
  • 등록일 2020.11.24 20:05
  • 게재일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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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 스님포항 운제산자장암 감원중앙승가대 강사
탄탄 스님
포항 운제산자장암 감원중앙승가대 강사

하루하루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아니한, 무료하고 지루한 삶을 견뎌내며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사다. 가끔은 짜증나고 속상하고 우울하고 또 극도의 분노스러운 일도 있지만, 때로는 그리운 사람도 있었고 만나면 반갑고 다정한 그 누구도 있기 마련이다.

어느덧 세월을 무심히 살아가노라면 가끔은 뿌듯했고 따듯했으며 마음을 녹여준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날은 입을 내밀며 화를 내고 지껄이며 남의 흉을 보기도 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떨 때는 일상에서 생기는 평범한 일들을 겸허히 잔잔하게 바라보게도 되고 패배적이고 비관적인 삶도 누군가의 응원에 힘입어 용기백배하여 다시 용을 써보기도 했다.

인간 군상들의 사는 모습은 다 오십보백보라지만 희망조차 없다면, 꿈이 없다면, 더욱 팍팍하고 건조한 삶이리라. 더구나 요즈음처럼 팬데믹 시대에 우리네 삶의 미래는 현재보다 나아질 거라는 자기 암시나, 현재의 고달픔도 잠시라며 스스로 위안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선책이 아닐 수 없다.

차분하게 저물어 가는 이 가을에 이 세상 어떠한 것이든 견고한 것은 없다는 진리를 체험한다. 모든 것은 허물어지기 마련이듯이 인생의 아름다운 청춘의 날도 덧없이 흘러가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일 뿐이며 인생에서 열렬히 추구했던 그 어떠한 것도 결국 영원한 것은 없다.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이 우주도 언제인가는 허물어지는데, 고작 백 년도 살 수 없는 인생에서 그 무엇이 영원할 텐가.

과학적 사고에 의하면 우주는 빅뱅으로 이루어져 우주 성립 초기에는 시계 제로의 혼돈 그 자체였다. 빅뱅이 시작되고 우주가 생긴 지 1초쯤 지나 우주의 모든 별과 공간은 작은 땅콩 크기로 집결되어 있었지만, 폭발에 이어 팽창은 계속되었다.

음양 이론에 의하면 우주는 팽창하고 그 힘은 양이며 양이란 끊임없이 팽창하는 존재이다. 반대급부로 끊임없이 축소해지는 것은 음이라 할 수 있다. 고대의 그리스 철학자들이 우주의 초기 상태를 카오스(혼돈)라고 했다. 우주는 혼돈에서 시작된 것이다. 모든 존재가 혼돈 속에서 정리된다. 세상은 갈수록 혼돈스러운 상황이다. 더욱 불투명해진 미래는 암울하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어두움 속에서 밝은 미래를 개척하고자 고군분투해야 하는 것이 인생의 단계다.

몇 철이 지나도록 창궐하는 코로나19 전염병 속에서 모든 인류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 중이다. 오직 백신의 출현만을 학수고대할 뿐이다. 나날이 감염병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니 인간이 인간을 접촉하지 못하는 비대면의 시대가 되어 고독감과 외로움 그리고 불투명한 내일은 혼돈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반드시 헤쳐나가 동트는 신 새벽의 붉은 태양의 장엄한 일출을 마주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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