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시인의 말처럼
부디 시인의 말처럼
  • 등록일 2020.11.24 20:01
  • 게재일 2020.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시인의 ‘멀리서 빈다’라는 시이다. 이 시에서 필자의 마음에 오래, 또 간절히 머물러 있는 말은 “부디 아프지 마라”이다. 특히 “부디”라는 말의 울림이 너무 크게 다가온다. 그 어느 해보다 길고 긴, 그리고 더 힘든 2020년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부디 마지막 남은 12월만큼이라도 세상 모든 사람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인의 뜻에 더 간절한 마음을 보탠다. 그래서 “부디 아프지 마세요!”라는 말을 주문처럼 왼다.

필자는 평소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을 진리(眞理)처럼 믿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면 꼭 이 말을 크게 적어 둔다. 하지만 절대 진리가 사라진 지금엔 이 말 또한 경우의 수에 지나지 않는 말이 되어버렸다. 절대 진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코로나 19와 같은 불가항력 상황이 자리하였다. 그런 상황에서는 죽을 만큼의 간절함도 소용없다.

우리 사회는 오래전부터 기적(奇蹟)조차 바랄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시의 내용처럼 나와 너 한 사람으로 인해 아침과 저녁이 오는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는 이제 전설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되었다. 희망조차 고문이 된 지금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살아야 할까! 암흑천지도 이런 암흑천지는 없다.

“노량진 확진자 67명 임용고시 못 봤다” 너무도 가슴 아픈 뉴스 제목이다. 시험 볼 기회조차 빼앗겨 버린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전투구를 멈추고 정부는 이들을 위한 특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더이상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 이제 곧 우리나라의 가장 큰 시험인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진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수험생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 수험생이 느끼는 제일 큰 압박감은 시험이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의 모습은 수험생들에게 큰 위로를 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우리는 심리적 방역이라는 말을 만들 정도로 방역 시스템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심리적 방역에만 맡길 수는 없다. 그래서 수험생 부모로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에 응시하는 모든 수험생과 감독관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수능 관계자 모두가 코로나 19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면 수험생들은 불안감을 떨치고 더 최선을 다해 시험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주부터 수능 수험생을 위해 위의 시를 매일 필사하고 있다. 필사할 때마다 “부디 아프지 마라”라는 부문을 더 힘주어 적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