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동네의 골목길은 내가 즐겨 찾는 사색의 장소이다. 지치고 힘이 들거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면 안식을 위해 고향을 찾듯 발길이 가는 곳이다. 그 골목길들은 대부분, 숨을 몰아쉬어야 할 만큼 가파르고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그 언저리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의 굴곡진 삶을 고스란히 닮았다. 겹겹이 모여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있는 투박한 지붕 아래로 몸 하나 겨우 들어갈 만한 대문이 나 있고 그 대문 앞에는 자그마한 콘크리트 계단이 한두 칸씩 디딤돌처럼 자리하고 있다. 좁고 작은 부족함이 일상이 되어있는 미니멀 라이프의 공간이다. 풍족함의 정도가 과해서 불필요함이 넘치는 지금의 미니멀 라이프가 태초부터 다른 이유로 존재했었던 그곳이다. 가난이라는 불편함으로 힘에 겨워 한숨지으며 벗어나려 애썼던 미니멀 라이프였을 것이다. 나는 내가 찾는 동네에 대한 객관적 정보와 기존의 주관적 관점에 대한 지향을 배제하고 사진 작업에 임한다. 오롯이 나만의 시공간 속에서 본능적인 심미적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가에 집중한다. 이러한 나의 작업은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생겨난 예술사조인 미니멀리즘에 근거한다. 대상으로의 접근에 있어 추론적인 접근을 피하고 꾸밈과 표현을 자제하여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형태와 색상을 통해 나의 내적 지향성에 충실해지려 한다.

박숙희 작가의 ‘골목길 소경’ 작품들.
박숙희 작가의 ‘골목길 소경’ 작품들.

오래된 골목길은 나에게 그리움의 고향이 되기도 하고, 편안한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며, 가슴 설레는 연인이 되어 있기도 하다. /박숙희(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