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1995년 95만㎡ 개발 시작
유물 출토 바람에 사업 중도 폐지
보문·천북면 관광요지 버려진 채
활용방안 찾기 한시가 바쁜 상황
경주시서 매입 등 목소리도 커져

한국마사회가 추진했던 경주경마장 부지가 25년째 잠자고 있어 활용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주경마장 부지는 연간 1천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보문관광단지 북편에 인접해 있어 경주의 관광 인프라 구축에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수년 전부터 지역에서는 더 늦기 전에 광활한 부지를 어떻게든 활용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는 지난 1995년 1천371억원을 들여 경주보문단지와 천북면 일대 95만㎡에 1만 명의 관람석을 갖춘 경마장 건설사업을 시작했다. 땅을 매입하고 교통환경영향 평가와 문화재 발굴조사 등에 수백억원을 투입했다.

경북도와 경주시에 따르면 당시 경마장이 들어서면 한해 5천억원의 수익이 예상되고 이 가운데 10%를 지방세로 받아들이면 경주시에 150억원, 경북도에 350억원의 세입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부지에서 신라시대 가마터와 유물들이 출토되자 문화재청은 2001년 4월 부지의 90.1%(83만7천㎡)를 사적지로 지정했고, 그해 7월 경마장 사업이 폐지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경마장 사업이 무산되자 마사회는 부지 매각을 위해 2009년부터 2018년 1월까지 총 25차례 공개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이 부지를 매입할 경우, 막대한 문화재 발굴 비용까지 떠안아야 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개발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마사회는 경마장 건설을 포기한 후 국가를 상대로 발굴조사 비용 청구를 하는 헌법소원까지 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는 건설 공사 중에 발견된 매장문화재에 대해 국가에 신고하고(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장 31조 6항) 발굴 비용을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 또 문화재가 출토될 경우 이를 모두 국가에 귀속시키게 돼 있다.

이처럼 경마장 부지의 90% 이상이 사적지로 묶여 있는 이상 민간에 상업적인 매각은 기대하기 어렵다면 마사회가 공익 차원에서 지자체 기부채납을 하거나 경북도와 경주시가 부지 매입을 추진하는 등의 다른 처분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전면 재시굴 조사를 통해 사적지 보존을 위한 최소 면적을 제외한 범위 내에서 부분 해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주 시민 장모(53)씨는 “마사회가 부지 매입 의사가 있으면 우선권을 경주시에 줘야 한다”면서 “수십 년 전 경마장 유치 실패에 이어 최근 각종 대규모 유치사업 실패로 지역민들의 상처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어, 그 보상 차원에서 우선권을 줘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열린 경주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이락우 의원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개발 제한으로 부지 활용은 사실상 불가능해 국가와 마사회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등 모두에게 자원 낭비를 초래하고 있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해당 부지는 향후 개발 등 미래가치가 높아 개인에게 매각돼 무분별한 개발행위가 이뤄지는 등 곤란한 사항도 우려된다”며 “경주시가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주낙영 경주시장은 “마사회에서 공식적으로 개발이나 활용을 위한 허가신청은 현재까지 없었고 문화재 구역에 대한 매수 요청도 없었다”면서 “향후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의회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주 시장은 문화재청에 지역 현실과 주민의 고충을 전달하고,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거듭 요청해 왔다.

경주시 관계자는 “관광객 유입 및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 경마장 부지의 효율적인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며 “활용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병현기자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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