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게서 배운다
꽃에게서 배운다
  • 등록일 2020.10.26 19:57
  • 게재일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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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핀 꽃이 먼저 시든다. 소국이 꽃을 피웠다.

꽃을 키우다 보면 항상 먼저 꽃망울을 터트려 기쁨을 주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른 애들이 한창 필 때쯤엔 처음에 핀 꽃들은 시든다. 당연한 결과이리라. 처음 보여준 고마움에, 미련에 시들어 가는 꽃대를 그냥 두면 꽃나무도, 시든 꽃도 피우려고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도 모두 힘들어진다. 그래서 부지런히 시든 꽃을 잘라줘야 한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이리라. 친구 H의 아들이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1년 넘게 슬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들은 나도 가슴 아픈데, 지켜보는 엄마는 얼마나 속이 시릴까?

살다 보면 꽃 피지 못 하고 사그라든 인연도 많다. 한때 꽃 피웠으면 그걸로 됐다. 토닥토닥 시절 인연이 다 했으니 힘들어하는 그 인연을 놓아 줘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인연의 꽃이 필 테니.

나의 말을 듣던 K가 새 인연을 위해 놓아주어야 한다는 그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며 자신의 꽃을 떠나보낸 마음을 털어놓았다. 꽃나무 드라코를 기르다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죽어버렸다고. 나는 꽃을 죽인 게 아니라 화훼 농가를 살린 거라고 위로했다. 화훼 농장하는 언니가 해준 말이었다. 많이 죽여봐야 그다음에 잘 키운다는 덕담도 해주었더니 경제적 마인드로 자신을 위로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

우리 집 옥상에 가을꽃이 한창이다. 소국이 퐁퐁 꽃을 피워 향기를 가득 내뿜고 키 낮은 채송화도 색색이 피어 존재감을 드러낸다. 힘든 일이 있으면 허리를 숙여 자신을 보고 웃으라는 듯 생글거린다. 이른 봄을 준비하는 동백은 몽오리를 한껏 만들고 있다. 백작약은 마른 잎을 더 말며 5월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한다. 목이 말라도 주인의 손길이 오기만 기다릴 뿐 생떼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말 없는 꽃을 기른다는 것은 쉬운 듯 보여도 언제 목이 마른 지 추위를 타는지 자주 들여다보는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온몸으로 알려준다. 말수 적은 꽃에게서 오늘도 배운다.

/이홍숙(경주시 안강읍 갑산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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