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무료급식 대구 대원각 반점 조정태 대표

신용불량자였던 자신이 어려움을 극복하게 도와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조정태 대표.

목요일이다. 대원각 반점의 주인이자 셰프인 조정태 씨의 손길이 바빠지는 날이다. 사랑의 급식을 위해 300명에서 500명분의 식사를 준비해둔다. 일찍 일어나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SNS 봉사단과 천사후원회 회원들이 들이닥쳤다. 무료급식 날마다 달려와서 수고해주고 봉덕동, 대명동, 중구 남산동 일대의 독거노인을 비롯한 어려운 가정에 사랑의 연탄배달도 하는 봉사 단체다. 반점 주인 조정태 씨도 그 봉사단체의 일원이다. 이 투박한 사나이는 봉사가 필요한 곳마다 끼지 않는 곳이 없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고 전염성이 강해서 하나둘 개입하다 보니 봉사단체가 여럿이다. 많을수록 좋은 게 있다면 그게 바로 어려운 이를 돕고 사는 봉사 단체일 것이다. 그들은 사회의 음지를 비추는 햇살이다. 그 햇살은 따사롭고 공평해서 어둡고 차가운 구석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비춘다. 우리 사회도 햇살이 비치는 대지처럼 따사롭고 공평했으면 좋겠다.

10시가 가까워오니 반점에서 시작된 줄이 점점 더 길어진다. 음식이 나가기 시작하자 가게가 분주해지고 봉사단 회원들의 움직임도 부산스러워진다. 매월마다 날짜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SNS 봉사단과 천사후원회 회원들이 고맙다. 점심 드시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도움이 필요한 시점에 알맞게 찾아와 주었다. 짜장면 한 그릇이 비록 보잘 것 없지만 조정태 씨는 그 한 그릇이 어르신들에게 하루의 기쁨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SNS 봉사단·천사후원회 회원 도움 받아
매월 셋째 목요일마다 수백명 분 짜장면 배식
코로나로 쉬었을 땐 장애인단체 등에 배달도
신용불량자·신장암·간 이식·교통사고 등
녹록지 않은 인생사가 나눔의 삶 토양으로
새마을협의회 등 여러 단체서 봉사 실천해 와
“제가 받은 고마움들 사회에 다 돌려줘야죠
음식장사 하는 동안은 쭉 이어가겠습니다”

“경제적으로 큰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일인데요.”

“힘들지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습니다.”

명쾌한 대답이다. ‘마음만 먹으면.’ 봉사하는 시간이 열한 시부터 한 시까지인데 열 시 전부터 와서 기다린다고 한다. 사도의 집을 운영하시는 수녀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점심 한 그릇 먹기 위해 새벽 여섯 시부터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그럴 때 마음이 몹시 아프다고 하셨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러니 밥 한 그릇이라고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그 한 그릇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기다림이 될 수 있으니.

“곱빼기 네 그릇까지 챙겨 가시는 분이 있어요.”

그렇겠지. 저녁까지 챙겨야 할지도 모르고, 다리 아파서 못 오는 사람을 위해 여분의 식사를 받아가기도 하니 예상보다 그릇 수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앞으로도 계속 봉사를 할 거냐고 물었다.

“음식 장사를 하는 동안은 계속할 겁니다.”

경비는 나가지만 그 정도의 지출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 큰 나무의 속삭임처럼 든든하다. 사랑의 봉사는 자석처럼 마음의 끌어당김에서 시작되는 행위이고 전염성도 강하다. 코로나19 사회거리두기 2.5단계에서 2단계로 겨우 내려온 시점이어서 적잖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밥 한 그릇으로 마음의 구김살을 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산용불량자가 되고, 신장암 선고를 받고 한쪽 신장을 떼어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간을 삼분의 일 떼어냈고 교통사고로 죽을 뻔 했던 적도 있다. 명이 길었던지 지금껏 안 죽고 살아 있다. 여분의 삶을 사는 듯 시작한 봉사가 어느새 13년이다. 감사의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조정태 씨는 무료급식으로 밥 한 그릇 나누는 일이 바로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한다.

“정말 별 거 아닌데.”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가진 것을 조금씩 떼어서 나누고 사는 거지. 세상은 큰 것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작고 사소한 것이 모여서 전체를 지탱한다. 내가 무슨 도움이 될까, 부끄러워하는 소박한 마음이 모여서 세상의 전체를 이룬다.

무료급식을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공원에서 멋진 풍광을 이루는 노목을 보는 듯하다. 일평생 땀 흘리며 노력해서 거두고, 또 거두어서, 잘 익은 열매를 아낌없이 생산해내고는 고요히 저물어가는 노목. 그들이 언덕에서 굳건히 버티며 사방팔방의 바람을 막아주어서 들녘의 평화가 유지된다. 들녘이 아름다운 건 황혼의 아름다움이 비치기 때문이다.

봉사단이 빵과 야쿠르트, 아이스콘 같은 간식을 나눠주면 어르신들은 아이처럼 좋아한다. 얘기를 하다 보니 시조시인이신 문무학 선생님이 조정태 씨의 초등학교 은사님이신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과 통화도 했다. 이래서 세상을 한마당이라는 게지.

2002년 반점을 시작하기 전에 조정태 씨는 가스장수, 족발장수, 택시운전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다. 신용불량자로 하루를 힘들게 견디고 있을 즈음, 선배의 권유로 그는 중국집을 하게 되었다. 용기 있게 달려든 새 삶이 그를 살렸다. 그저 가족을 굶기지 않고 자식들 공부나 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욕심을 버리니 마음도 가벼워지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삶의 어려움을 겪어본 이가 어디 그 한 사람 뿐일까만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 나누며 살 수 있는 것이 아닐지.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즈음, 그들의 한숨소리가 나날이 드높아지는데 무심하게도 코로나19는 그 기세를 멈출 줄 모른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셋째 목요일 어르신들을 가게로 모시던 무료급식도 코로나 때문에 잠시 멈추었다. 그 대신 그는 넷째 목요일에 재료를 준비해서 수성구 상동으로 국제사랑나눔회를 찾아가고, 대구장애인부모협회 사랑의 집 남구센터에 한 달에 마지막 주 수요일 한 번씩 짜장면을 볶아서 갖다 주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그 짜장에 밥을 비벼먹는다. 우리가 어릴 때 짜장면을 건져먹고 거기 밥을 비볐던 것처럼. 처음에는 가게로 오게 해서 봉사를 했는데 장애인들이 움직이는 걸 힘들어 해서 그가 직접 갖다 주게 되었다.
 

“신용불량자였던 제가 동네 어르신들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게 되었으니 그 고마움을
십분의 일이라도 되돌려 주겠다는 생각으로
지역사회 봉사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무료급식으로 밥 한 그릇 나누는 일이
바로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의 표현이죠”

“사회에 봉사하게 된 동기가 뭡니까?”

“신용불량자였던 제가 동네 어르신들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게 되었으니 그 고마움을 십분의 일이라도 되돌려 주겠다는 생각으로 지역사회 봉사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온갖 어려움을 다 겪고 살았지만 하늘의 도우심으로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게 고마워서 그는 자신이 받은 고마움을 사회에 돌려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만 3년이 되었다. 남부경찰서 기동순찰대 새마을 협의회, 지역사회보장협의회와 같은 여러 봉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자랑하라고 멍석을 갈아주는 데도 입이 무거운 그는 대충 얼버무리고 만다. 봉사를 시작할 때는 그저 짜장면 한 그릇을 나누자는 단순한 마음이었는데 횟수가 거듭할수록 그 역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랑은 땅콩줄기 같아서 땅 속에 얼마나 많은 열매를 갖고 있는지 뿌리를 뽑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고 봉사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과감하게 시작하면 또 다른 이들이 도움을 주기 마련이다.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어서 이인삼각 경기처럼 서로 발을 맞춰 걸을 때에 게임이 원만해진다.

밥 한 그릇으로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삶. 나무가 크면 그늘도 넓고 깊다. 누가 먼저 하자고 했느냐니까 조정태 씨는 자신이 먼저 해보자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아내의 호응이 있어서 봉사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며 공덕을 슬쩍 넘긴다. 고등학교 때에 아내를 만났고, 스물한 살에 아버지가 되었다는 사람.

“신문에 크게 날 일은 아닌데 부끄럽고 민망합니다.”

이 투박한 사나이, 겸손하기까지 하니 더욱 마음에 든다. 상투적이지만 그의 봉사는 한 알의 밀알이라고 말해주었다. 그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으면 많은 열매가 맺힌다고. 기사를 읽고 누군가의 가슴에 밀알의 싹이 돋으면 그것으로 그의 노력은 아름답게 승화한다. 글이란 사실을 전달하는 데도 쓰이지만 그보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더 크게 작용한다. 읽는 사람에게나 글감을 제공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다고, 잘 하고 있다며 등을 두드려주는 토닥임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해서 자신의 발등에 난 불을 끄기도 바쁜 시국에 봉사가 그리 쉬운 말이어야지. /글 장정옥 소설가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김만중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