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 철

열차는 달리면서 비워지고 광활한 하늘에서 어두운 얼굴들이 다가온다

코민테른 자금을 싣고 모스크바에서 베르흐네우딘스크까지 금괴상자 위에서 교대로 잠들던 한형권, 박진순, 상해로 자금을 운송하고 고륜으로 되돌아와 잠깐 북경에 다녀온다는 말 한 마디 흘리고 고비 넘어 고비, 모래와 흙먼지 속으로 쫓겨 가다 백당에 잡힌 이태준, 그 뒤에 그림자 같이 붙어 있는 마자알, 이태준이 죽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북경 성내 술집을 드나들며 의열단을 찾아 헤맨 마자알, 그대에게 의열단은 무엇이었는가.

시인은 황량한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달리며 가슴 아픈 일화를 떠올리고 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혈혈단신으로 이국땅을 떠돌아다닌 그들의 헌신과 순국의 애사를 담담히 얘기하고 있다. 광복이 되어서도 돌아오지 못한 애국지사들의 외로운 넋을 기리고 위로하는 시인의 절절한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