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20.10.12 19:50
  • 게재일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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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현 옥

꾹꾹 눌러 담은 된장을 싼다

붉은 감잎에 장아찌를 싼다

방금 짜온 참기름과

멍석에 널어놓은 마른 고추도 쓸어 담는다

투 둑 모과 떨어지는 소리

담 너머 콩꼬투리 터지는 소리

평상에 앉아 노는 햇살이며

발치에서 낑낑대는 강아지 눈빛이며

배 밭에 까치 소리도 담는다

열어 놓은 현관문 앞에서

늙은 보자기엔 싸놓은 것도 많은데

펼쳐놓은 가슴을 닫지 않는다

가을처럼 저무는 나를 담고

놓아 주지 않는 어머니

어머니에게는 여백이 없을지 모른다. 그 여백마저 모두 자식들에게 주는 것이 이 땅의 어머니가 아닐까. 가을날 어머니는 딸자식에게 이것저것 가을을 담는다.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언제나 어머니는 어머니의 모든 것을 담아 보내는 것이다. 어머니의 한 생을, 생의 진액을 다 짜서 자식에게 보내는 것이다. 거룩한 본능이 아닐 수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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