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기독병원 이어 병원발 감염
코호트격리에 간호사까지 확진
다음주까지 추가확진 가능성 커
진료·수술 앞둔 시민들 ‘불안’
“병원 방문·면회 삼가” 당부

포항을 대표하는 종합병원인 세명기독병원과 포항성모병원이 코로나19에 모두 점령당했다. 지역에서 처음으로 병원 내 감염 사례가 발생한 데 이어 간호사 등 의료진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진료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포항시에 따르면 이날 70대 여성 A씨(79번 확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 21일 포항성모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22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포항의 누적 확진자 수는 79명으로 늘었다.

앞서 포항세명기독병원에서는 지난 16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다. 이날 확진 판정을 받고 오후에 사망한 66번 확진자와 그의 요양보호사 B씨(67번 확진자), 서울 사랑제일교회 교인인 아들로부터 감염된 입원환자 C씨(71번 확진자)까지 나왔다. 세명기독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던 환자(72번 확진자)와 이 병원에서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긴 환자(74번 확진자)까지 연쇄 전파됐다. 23일 0시 기준으로 세명기독병원 20대 간호사(75번 확진자)가 추가 확진을 받았다.

일주일새 총 1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이 중 절반이 병원 발 감염 사례에 속한다. 시는 19일부터 세명기독병원 8층을 동일집단(코호트) 격리하고 환자와 방문자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79번 확진자의 경우 역학조사를 통해 병실에 입원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명기독병원에 이어 포항성모병원까지 병원 발 확진 판정 사례가 잇따르자 시민들의 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병원 발 감염으로 인한 전수조사 및 자가격리 조치를 따르게 된 의료진이 늘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로 고충을 겪는 병원들은 긴급 의료진 수급마저 힘든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입원환자뿐만 아니라 진료가 필요하거나 수술을 앞둔 시민들의 지역 의료 공백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인근 대구나 부산 등으로 병원을 옮겨야 할지 고민하는 환자들도 있다. 병원에서의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 제때 진료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포항세명기독병원 관계자는 “인적사항이나 행적을 속인 확진자 한 명 때문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그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다음 주까지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커 최대한 남은 인력을 동원해 외래진료를 운영하고 입원환자의 안전에 전념할 계획이지만 남은 의료진이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시감염병대응본부 강재명(포항성모병원 감염내과장) 본부장은 “병원 내 확진 감염경로가 서울에서 면회 온 확진자로 밝혀진 만큼 지역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어 당분간 병원 등의 보호자 면회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코로나19 지역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협조가 중요하므로 면회금지 등과 같은 조치를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시는 지역 내 병원 발 감염에 대응하기 위해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응급실 폐쇄 등 유사시 사태에 대비한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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