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추석 연휴 보내기’ 계획

코로나로 고향 방문 엄두 못내
벌초는 대행업체에 맡기고
동영상으로 부모·형제에 인사
봉안시설선 온라인 성묘 서비스

코로나19 사태 속 첫 추석을 맞는 경북도민들의 ‘안전한 추석 연휴 보내기’ 계획이 눈길을 끈다.

예년처럼 추석연휴를 보냈다간 ‘코로나19 대유행’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도내 1천47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중 59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루 만에 포항과 경주에서 4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국 확진자는 2만3천106명이고, 이중 388명이 숨졌다. 하루 61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포항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38)씨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고향방문이 부담스럽다는 말씀을 드렸고, 부모님으로부터 승낙을 받았다.

이씨는 평소 읽고 싶었던 소설과 양서 등 4권을 구입해 두고 있다.

해마다 형제들과 함께 해 온 벌초는 대행업체에 맡겼고, 추석에는 가족들이 촬영한 동영상으로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인사를 대신하겠다고 했다.

경산의 이경숙(34·강사) 씨의 이번 추석은 우울하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반기지 않고, 경산에서 5일간의 추석 연휴를 보내기에도 너무나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영화감상도 즐겼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 볼만한 영화도 없어 평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미루어두었던 독서를 할 예정이다. 예년의 추석과 다른 분위기에 낯설 것 같다”고 했다.

영주의 최모(여·60, 가흥동)씨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자 서울에 있는 자녀들의 고향 방문을 만류했다. 최씨는 “고향을 찾았다가 지역 코로나 확산의 원인이 된다면 이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클 것 같아 그랬다”고 했다.

영주에 장기 출장 온 강기성(31·서울)씨는 “서울 지역 코로나 확산으로 올해 추석은 상경하지 말고 영주에서 보내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상경 계획을 취소했다”며 “추석 연휴 5일 동안 평소 보고 싶었던 ‘한국 근대사를 다룬 영화’ CD를 구해 보며 휴식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상주시 남원동의 A씨(65)는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경로로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형제들과 상의해 올해 추석엔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포항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김모(22)씨도 예년과 사뭇 다른 추석을 맞을 것 같다. 김씨의 어머니는 심장판막증으로 두 달째 타 도시 병원에 입원 중이다.

김씨는 “추석에 앞서 이번 주말 어머니를 면회한 뒤 추석명절에는 한적한 경주 안강지역 기도원을 찾아 어머니와 코로나19 소멸을 위해 집중 기도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영천의 60대 정 모씨는 병석에 있는 아흔 살 어머니의 마지막 추석이 될 것 같아 고민 중에 어머니를 찾아뵙기로 했다. 정 씨는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아침 일찍 고속도로를 이용해 아내와 함께 상경하기로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머무는 시간은 줄이고, 가족 간의 놀이와 성묘도 하지 않기로 했다. 추석선물로는 온도계와 면역력을 높이는 영양제를 준비해 두고 있다. 정 씨는 “무증상 환자가 적지 않아 마스크를 쓰고 어머니를 뵙고 내려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동의 50대 박모씨(공무원)는 부모님의 유해를 모셔 둔 봉안시설을 찾는 대신 21일부터 운영 중인 ‘e하늘장사 정보시스템’의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이용할 예정이다. 박씨는 “부모님의 생전 사진과 가족사진을 사이트에 등록하고 추모글을 작성하며 부모님을 추억하겠다”고 했다.

김영문 선린대학교 총장은 “이번 추석 연휴를 떠올리니 ‘우리가 어느 날 마주칠 재난은 우리가 소홀히 보낸 어느 시간에 대한 보복’이라는 나폴레옹의 말이 생각난다”며 “‘나 하나쯤이야’라는 이기주의적 생각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각별히 유념하고 개인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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