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리더십이 그리워지는 계절에
명품 리더십이 그리워지는 계절에
  • 등록일 2020.09.21 18:45
  • 게재일 20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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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하 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 기러기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가 추운 겨울을 보낸다.

해마다 생존을 위해 수만 킬로가 넘는 엄청난 거리를 날아야만 한다. 목적지를 향해 높은 산을 넘고 끝모를 벌판을 가로지르는 기러기 떼의 날개짓은 인간의 멀고 험한 인생 여정을 연상케 하고 무엇보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리더 기러기의 희생적인 모습은 우리에게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힘이 센 수컷의 리더는 상승기류가 없는 V자 대형의 맨 앞자리에서 공기 저항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수천마리의 기러기들의 나갈 방향을 지휘하는 리더 기러기의 막중한 책임을 인정하고 앞장선 대장 기러기가 지치면 소리를 내어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고 한다.

우리는 이 같은 기러기 무리의 대장정을 보면서 리더 역할의 중요성과 어디선가 크고 작은 조직의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날개를 퍼덕이는 명품 리더십의 결과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되짚어보면 어떨까 한다.

전쟁 파병으로 오랜 기간 대한민국과는 어색한 우호 관계였던 베트남에는 한국과 베트남 양국 우정의 상징이 된 국가대표 축구팀 박항서 감독이 있다.

부임 이후 박 감독은 베트남에 적합한 전술을 만들고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완벽하게 분석하였고 특별히 그는 선수들이 축구에 전념하도록 아버지와 아들 같은 친밀함으로 선수들과 교감해 나갔다.

훈련에 지친 선수들의 발을 마사지해주고 출전시키지 못한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부상당한 선수에게 자신의 비즈니스 좌석까지 양보하는 감동과 혁신의 리더십을 행동으로 보이기도 했다.

흔치 않는 이 같은 리더십은 베트남 국민들의 기대와 상상을 훨씬 초월한 성적으로 다가왔다. 베트남 언론은 2018년 한해 베트남을 가장 빛낸 인물에 베트남 축구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의 표상이 되고 있는 한국인 박항서 감독을 선정했다.

더불어 응우엔 총리가 박항서 정신을 베트남 경제 발전을 모델로 삼을 것을 지시하고 베트남 정신과 비전으로 승화시킬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전하고 있다.

얼마 전 태국 유소년 축구팀 무빠(야생멧돼지) 팀원 열세명 전원을 구출했던 감동의 현장을 우리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무려 18일만에 단 한 명의 사고도 없이 전원 구조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기적의 해피엔딩 드라마를 지켜 본 세계의 동굴탐사 전문가들은 스물다섯의 젊은 무빠 축구팀 코치의 지혜와 헌신적인 리더십이 없었다면 어린 선수들의 생존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한결같은 견해를 보였다.

암흑의 공간에 고립된 18일 동안 그는 아이들이 동굴 내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지 않도록 현장을 지키고 종유석 천정에 맺힌 깨끗한 물만 마시게 했다.

소년들의 부모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은 아이들이 우선이었고 자기 몫의 음식도 포기한 채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의료진들에 의하면 실제 그는 구조된 13명 중 유독 건강이 좋지 않아 제일 먼저 동굴을 나가도록 권유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모두 동굴을 안전하게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 마지막 순위를 고집하여 최후의 구조자로 확인되었다.

우리는 단순히 조직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을 리더라고 하지 않는다. 조직원을 먼저 챙기고 그들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며 조직의 역량을 발현하도록 하는 사람을 리더라고 부른다.

크게는 국가에서부터 작게는 사설 단체에 이르기까지 리더의 역량으로 그 조직의 명암이 갈린 사례를 숱하게 보아왔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국민과 축구 대표팀 선수들에게 진심과 혼신으로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절대적인 신뢰를 얻었고 그 결과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최상의 성적은 부수적으로 따라왔다고 볼 수 있다.

태국의 스물다섯 젊은 청년 축구 코치의 헌신과 지혜가 없었다면 18일 동안 암흑의 동굴에서 전원 생존이라는 기적의 불빛을 밝힐 수 있었는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으로 성공하는 조직도 있지만 다수의 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룬 공동 운명체는 리더십의 역량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은 정글 같은 축구장에서 개성 넘치는 열한 명의 선수들을 한 몸처럼 움직이게 하여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하였다.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있을 때 홀연히 열두 척의 배로 스물세번의 해전에서 모두 승리하고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헌신과 배려 넘치는 리더의 품격으로 결단과 용맹으로 더러는 국가나 사회 그리고 작은 회사나 단체까지 명품으로 만들고 그 안에 소속된 구성원들이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리더십이 더욱 그리워진다.

어느덧 코로나19와 폭염, 태풍까지 심신을 지치게한 긴 여름도 끝자락이 보인다.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혼돈의 이 시대를 잠재울 명품 리더십이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절실하게 생각나는 것은 결코 계절 탓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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