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자아도취형’ 정치
트럼프의 ‘자아도취형’ 정치
  • 등록일 2020.09.15 20:03
  • 게재일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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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밥 우드워드의 저서 ‘분노(Rage)’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폭로로 일약 유명해졌으며 현 워싱턴 포스트 부편집인이다. 그는 언론의 노벨상격인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그가 트럼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발간할 이 책은 대통령 트럼프의 내면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트럼프는 왜 이 유명 언론인과 18회나 만나 자신의 입장을 그대로 표출했을까. 11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발간된 이 책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책의 내용 중 우선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코로나 사태에 대한 트럼프의 이중적 모습이다. 코로나 발단 초기 금년 1월 말과 2월 초 트럼프는 코로나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밥 우드워드는 트럼프의 ‘코로나는 독감의 5배나 위험하여 치명적’이라는 발언을 그대로 소개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골프를 치고 마스크까지 착용하지 않았으며 3월 17일 ‘코로나는 별것이 아니다’고 폄하하였다. 이는 트럼프의 코로나 위험성에 대한 오판일까 아니면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계산된 언행일까. 결국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663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가 19만7천명에 이르렀다.

또한 김정은의 친서 27통도 이 책을 통해 공개되었다. 밥 우드워드는 친서의 내용을 녹취하여 비공개된 친서까지 공개해 버렸다. 김정은의 편지에는 트럼프에게 ‘각하’(your excellency)라는 최 존칭어를 사용하고, ‘존경심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아첨하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간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만남이 ‘영광의 순간’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정상 간의 친서가 양국의 합의 없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외교 관례에 크게 어긋난다. 친서 폭로는 트럼프의 자기 과시욕의 발로이겠지만, 김정은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담에서 자신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각인되기를 희망하였다. 트럼프도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루즈벨트, 링컨처럼 러치모어산 화강암 20m 크기의 큰 바위 얼굴로 기억되길 바랐다. 4명의 대통령은 모두 미국인들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가장 헌신한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인종 차별, 이란과의 핵 협정 파기, 해외 미군 주둔 비의 턱없는 인상 등 패권주의적 정책을 구사하였다. 그의 부동산 흥정하듯 후려치고 합의하는 협상정책은 앞의 4명의 대통령상과는 부합되지 않는다. 이 욕구 역시 트럼프 특유의 자기 과시용이며 과대 망상적인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책에는 트럼프가 워터게이트 사건의 닉슨 대통령을 자신의 롤 모델로 삼는다는 주장도 있다. 닉슨은 미중 관계를 전격 개선하여 국교를 수립하였다. 그는 루터 킹 목사 암살 상황에서 미국 백인 중산층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을 벤치마킹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국내외적 위기를 미국 우선주의로 극복하려는 그의 정치적 야망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코로나와 미국의 경제적 위기 앞에서 또 다시 백인 중산층의 지지방책을 구사할 것이다. 정치지도자로서 트럼프의 신뢰 위기를 미국 유권자들은 어떻게 판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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