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 희

급히 길을 걷다 마른 가지 하나 팔에 걸려 힘없이 툭 꺾인다

꺾인 자리에 불쑥 드러나는 시커먼 슬픔

마른 삭정이 눈물처럼 떨어진 빈자리가 내 몸처럼 아파 온다

분별없는 서두름이 가져온 상처가 살을 헤집고 들어선다

인연도 필경 그런 것이다

느닷없는 마주침으로 다가서서 익숙해지다가

서로의 상처를 만져주며 제 것으로 끌어안는 시간

마침내 생살 돋아나는 자리 문신보다 뜨겁다

길을 걷다 마른 가지 하나가 팔에 걸려 부러지는 것을 보고 시인은 인연을 생각한다. 우연한 만남도, 견디기 힘들만큼의 아픈 결별도 인연이 아닐까. 느닷없이 마주치므로 익숙해졌다가 눈물처럼 떨어져 가버린 빈자리에서 느끼는 아픔도 긴 인생의 여정에서 보면 운명적으로 정해진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남이든 이별이든 다 인연이라는 굴레 속에 놓여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