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진중권·김경율·강양구·권경애·서민 공저
천년의상상 펴냄·사회·1만7천800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저자들. /연합뉴스

“‘무너진 정의, 사라진 공정, 물구나무선 민주주의!’”(천년의상상 출판사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서평 중)

‘조국 백서’로 불리는 책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에 대항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가 출간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강양구 미디어 전문 재단 TBS 과학 전문 기자,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등 5명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이 책은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펴낸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일명 ‘조국 백서’와 대비된다는 의미에서 출간 전부터 ‘조국 흑서(黑書)’로 불렸다.

회계사인 김 대표는 ‘조국 사태’에 대한 참여연대의 침묵에 분노해 이 단체를 탈퇴했고 권 변호사 역시 이에 관한 민변의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해 정권 비판에 나섰다고 한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 부정 의혹을 보도했던 강 기자와 기생충학자이면서 사회 현안에 관해 목소리를 내온 서 교수, 현 정권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에 맞서는 SNS 활동을 활발히 펼쳐온 진 전 교수도 ‘조국 사태’에 관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책의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펴낸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일명 ‘조국 백서’·오마이북)은 출간 직후인 8월 둘째 주 교보문고의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20위에 진입했고 그다음 주에는 9위로 올라섰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전문 분야 별로 필진 가운데 한 명이 사회를 보고 두 명이 대담하는 형식으로 엮어졌다. 전체 7개 장 가운데 1~3장은 미디어와 지식인 그리고 팬덤 정치를 다룬다.

저자들은 “2019년 8월의 ‘조국 사태’로 인해 우리는 미래사회의 비전에 대한 토론과 합의는커녕 ‘청와대냐 검찰이냐’는 선택을 강요하고 정의와 상식의 기준 자체를 바꿔버리는 언어도단과 ‘비상식의 상식화’를 체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4~5장은 금융자본과 사모펀드 문제를 분석한다. 권경애 변호사, 김경율 회계사는 한국 사회의 금융시장이라는 커다란 그림 그리기부터 시작해 ‘조국 일가 사모펀드 에피소드’까지 2020년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문제를 넓고 깊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익명으로 하는 불투명한 투자활동이나 경영에 참여한 회사의 자금 횡령을 돕는 가림막 역할을 한 것이 사실상 사모펀드 제도였다”고 지적했고 권 변호사는 “공직자윤리법은 다양한 자본시장의 등장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낡은 규정들이 많고 특히 사모펀드의 규제는 전무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6~7장에서는 5명의 필자가 모두 참여해 ‘586 정치 엘리트와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을 주제로 토론했다. 저자들은 “‘진보적 시민단체’로 불리던 곳에서 이전에 ‘우익 관변단체’가 하던 일을 하고 있다”면서 “진보세력은 거의 10년 동안 집권했고 문재인 정부도 벌써 집권 3년을 넘어가면서 이들이 새로운 기득권층으로 사회에 뿌리내렸다”고 진단했다.

이어 “원한 감정과 피해 의식 속에서 기득권 유지, 정권 유지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 이제는 꿈이 사라져 버렸다. 586 정치엘리트가 득세하는 현실 정치 속에서, 정의가 무너지고 공정이 사라지고 평등이 망가지고 있는 모습들과 대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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