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매의 여름밤’ 20일 개봉

‘정상 가족’으로 여겨졌던 부부와 남매가 있었을 것이다. 남매가 성장해 결혼하고 각자의 가정을 꾸린 동안 홀로 남은 늙은 아버지는 낡은 2층 양옥집을 지키며 마당에 방울토마토와 고추, 포도를 심는다.

아들은 미니 봉고차 한 대로 떠돌이 장사를 하고 있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아내는 떠나갔다. 어린 남매 옥주와 동주를 데리고 곧 허물어질 예정인 서울 변두리 좁고 허름한 반지하 집을 떠나 아버지의 이층집으로 들어온다.

딸도 아픈 아버지를 보러 왔지만 이미 이혼을 마음먹고 친구 집에 얹혀 지내던 상황. 그렇게 한 가족이었다가 세 가족으로 흩어졌던 가족들이 어느 여름날 다시 한집에 모인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할아버지의 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게 된 남매와 가족의 이야기라는 시놉시스와 따스한 불이 밝혀진 낡았지만 정겨운 2층 양옥집을 담은 포스터로 소개됐지만 가만하고 따뜻한 터치 안에는 그렇지 않은 현실이 있다.

결혼과 이혼, 여유롭지 않은 한 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 늙어 병든 부모를 위한 돌봄 노동, 유산을 둘러싼 갈등까지 현대 사회의 ‘문제’라고 일컬어지는, 하지만 많은 이들이 겪는 생과 사의 일들이 특별한 사건도, 인위적인 배경도 없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흐른다.

영화가 단순히 무미건조한 현실을 담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 건, 이 일들을 바라보고 겪어내고 성장하는 사춘기 소녀 옥주(최정운 분)의 시선과 마음을 지극히 섬세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20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