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된 진보, 그 위선과 오만
괴물이 된 진보, 그 위선과 오만
  • 등록일 2020.08.10 18:47
  • 게재일 2020.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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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철학자 니체(F. W. Nietzsche)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명언이다. 젊은 시절 민주화를 위해 ‘독재라는 괴물’과 싸웠던 386진보가 권력을 잡더니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괴물’이 되었으니 말이다.


괴물이 된 진보의 실체는 ‘위선과 오만의 덩어리’다.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해 놓고선 수사하니 검찰총장을 제거하려 안달이다. 통합을 말하면서 분열을 조장하고, 정의를 말하면서 불의를 옹호하며, 협치를 말하면서 독단을 일삼는 대통령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지식인의 앙가주망(engagement)을 주장했던 조국 전 법무장관은 수많은 특권과 반칙, 비리혐의로 재판 중에 있고,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성추행혐의로 피소되자 자살했다. 모두가 하나같이 입만 살아 있는 ‘입진보’이며 ‘위선의 끝판왕’이다. 오죽하면 최장집·한상진·진중권 같은 진보학자들이 진보정권의 위선과 오만을 비판하고, 진보가수 안치환까지 ‘진보의 아이러니(irony)’를 노래했겠는가?

권력의 절제를 모르는 오만한 진보는 민주적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여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고,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한 공수처는 진보의 권력유지를 위한 반대파 사찰기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게다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도 이미 중심을 잃고 정치권력에 휘둘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3권 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는 형해화(形骸化)되고 사실상 전체주의적 독제체제가 되어가고 있다.

야당을 공존과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적으로 인식하고, 여당 내부의 문제제기를 진보 정체성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여 공격하는 ‘외눈박이 진보꼴통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괴물이다. 괴물이 된 인간, 즉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마음이 병들어 있는 사람’이다. 정치철학자 아렌트(H. Arendt)가 지적한 것처럼 “어떤 이념이나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따르기 보다는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 인간이 인간을 괴물로 만들었으니 자연과의 대화가 필요하고, ‘권력이라는 마약’ 때문에 마음의 병이 들었으니 ‘인간의 자기분열성’에 대한 성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괴물은 자신이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괴물을 응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깨어 있는 민주시민들이다. 아무리 정치적 선전·선동에 능한 진보라고 할지라도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한국의 민주정치사는 위대한 시민들이 괴물이 된 권력과 끝없이 싸워온 투쟁의 역사이다. “나라가 니꺼냐”라고 외치고 있는 성난 민심이 마침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설 때, 괴물은 운명의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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