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관광산업 방향 잃었나
지난해 ‘100만 관광지’ 명소 0곳
도내선 영덕·문경·경주·안동만
공항·KTX 이점에도 침체 일로
10월께 발표 예정 ‘2030플랜’도
전문가 “차별성·경쟁력 떨어져”

포항시가 사활을 걸고 있는 관광산업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민선6기 시작부터 이강덕 포항시장이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해양관광도시로의 도약은 수년째 사업계획서 상 ‘추진 중’에 머물러 있고, 예기치 못한 지진으로 지진도시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 도시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여파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전국 주요 관광지점의 방문객’ 조사에서 포항의 주요 관광지들은 단 한 곳도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지난달 1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9년 전국 주요 관광지점의 방문객’을 조사한 결과, 대구와 경북에서는 모두 13곳이 ‘100만 관광지’로 이름을 올렸다. 이중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로 영덕군 강구항이 뽑혔다. 경북에서는 문경과 경주, 안동 등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지들은 순위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122만명이 방문한 포항 새천년기념관이 순위권에 들면서 자존심을 지켰지만, 지난해부터는 기념관 관광객 수가 100만명을 넘지 못하면서 인기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여러 지표에서 포항 관광산업은 위기다. 지난해 포항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400만명 정도다. 경북도 내 23개 시·군 중에서 경주(1천386만명), 안동(835만명), 영덕(576만명)에 이은 4번째다. 인구 3만명 수준인 영덕군과 관광객 수가 비슷한데, 단순하게 인구 수만 16배나 되는 경북 제1도시 포항의 관광객 수는 그야말로 초라한 수준이다.

더욱이 포항을 방문한 방문객들은 대부분 대구나 경북민들이고, 단순하게 나들이 목적으로 방문하거나 경주나 영덕 등 포항과 인접한 타지역을 방문하기 전 경유지로서 포항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항과 KTX라는 광역교통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자체의 경쟁력이 다른 시·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포항시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관련 용역 계약을 체결, 관광 활성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식 명칭은 ‘포항관광 2030 권역별 개발 및 활성화 마스터플랜’이다. 약 1년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포항 관광의 새로운 틀을 짤 계획이다. 오는 10월께 발표될 용역 결과가 포항시의 향후 10년의 관광산업을 좌지우지하는 기준점이 된다.

포항시를 북부권·도심권·남부권까지 3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특성에 맞게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안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17일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항관광 2030 권역별 개발 및 활성화 마스터플랜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 참석한 대학교수 및 연구원들은 “차별성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영일 동국대학교 교수는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사업 구상이 필요해보인다. 비대면 관광에 대한 부분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재일 대구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은 “경주나 울산, 영덕, 비슷한 아이템들이 많이 있어 경쟁력이 없다. 그리고 권역을 왜 나눴는지에 대한 논리가 없다”고 지적했고, 전효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연구실장 역시 “제도적으로 검토해야 할 내용이 단순하게 스토리뿐만은 아니다”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홍세명 위덕대학교 교수는 “관광수익의 내부 순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역 내의 관광소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면서 “지역민들이 참여하고 지역 안에서의 관광수익 내부 순환에 대해 고심해달라”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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