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욱

아침에 출근하자

사무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깔끔히 재떨이와 쓰레기통을 비워 놓았다

아주머니들은 예전보다 청소를 더 잘 한다

왜 그런지?

깔끔한 빈 통들 속에

기쁨보다 슬픔이 더 꽉 들어차 있다

길 없는 어두운 마음 여럿이

거기 꽉 들어차, 집단으로 숨죽이고 앉아 있다

저녁이면 건물 한 귀퉁이, 컴컴한 골방에 몰려 앉아

온 건물을 다 허물 듯 황당한 냄새 퍼뜨리며

후르륵후르륵 라면을 끓여 먹는

그 숨죽인 침묵들을 나는 봤다

(….)

시인의 시선은 크고 거창한 것에 가 닿아 있지 않음을 본다. 절실한 삶의 현장에서 포착되는 사소한 현상에 세밀하게 집중됨을 본다. 사무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의 노동과 쓰레기통 같은 소품들에 대해 시인의 감관을 활짝 열고 들여다보고 거기에 삶의 소소한 가치랄까 의미 같은 것을 찾아내는 시인의 눈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