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도심 가로수 바꿔야 下
환동해 경제중심 표방 도시에
시골풍 플라타너스 안 어울려
이미지 개선할 수종 고려해야
단풍·은행·이팝… ‘추천 나무’
시 “충분한 검토 후” 신중모드

간판 가림과 미관저하를 지적받는 포항 구도심(오거리∼육거리) 도로변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수종을 변경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3일 오후 간판 가림 등이 적은 북구 양덕동 도로변의 이팝나무 가로수의 모습.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 구도심(오거리∼육거리) 도로변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가로수의 수종을 변경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간판가림과 미관저하를 호소하던 지역상인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왕벚나무로 바뀌면 좋겠다”는 기대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포항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한 만큼 충분한 검토를 거쳐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포항 오거리∼육거리는 포항중앙상가와 죽도시장을 아우르는 지역을 대표하는 거리 중 하나다. 외지인의 통행이 잦은 도로여서 포항의 이미지를 그대로 전달하는 ‘포항의 얼굴’이기도 하다. 현재 이 거리는 오래된 왕복 4차선 도로변으로 오래된 나지막한 건물들이 즐비해 80년대 향수를 일으킨다. 더구나 거리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로수까지 신시가지에서는 볼 수 없는 플라타너스가 심어져 있어 옛 느낌을 더하고 있다.

이 같은 거리 특색을 반기는 사람도 있지만, 환동해경제중심도시를 지향하는 포항시의 이미지와는 상반된다는 비관적인 시선도 적지않다.

죽도시장 인근에서 상가를 운영 중인 김모(62)씨는 “도로변 건물들이 아무리 외부 리모델링을 해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해도, 수형도 제각각이고 전선과 어지럽게 얽혀 있는 가로수 때문에 80년대 분위기를 지울 수 없다”며 “외지인이 많이 찾는 도로인 만큼 경북 제1도시인 포항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올해 6월 발표한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을 보면 포항 오거리∼육거리와 같은 상업가로는 특색있는 가로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 가로수 조성의 궁극적인 목표다. 회목류 또는 단풍이 좋은 나무로 상가 이미지를 부각하면 좋다고도 명시돼 있다.

상인들은 왕벚꽃나무가 심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3일 오전 찾은 이 거리 상가 10곳 중 8곳은 “만약 가로수 수종을 교체한다면 어떤 나무가 심어졌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왕벚꽃나무”라고 대답했다.

20년째 이곳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51)씨는 “요즘은 화려하고 화사한 거리가 인기가 많다. 사람들이 찾는 거리를 만드려면 왕벚꽃나무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 상인은 “오거리∼육거리는 봄철보다 가을철 더 분위기가 있다. 단풍나무도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상업가로에 교목층인 느릅나무, 대왕참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와 아교목층인 목련, 배롱나무, 동백나무, 중국단풍 등이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관목층인 산구국, 조팝나무 등도 추천 수종이라고 말했다.

상업지역 플라타너스와 관련해서는 대구시가 대구역 인근 거리의 플라타너스 높이를 12m 이상한 자라게 한 뒤 가지절지를 8∼12m 높이는 방식으로 간판가림 민원을 해결한 사례가 있으나 포항은 적용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미시 공원녹지과 남제우씨는 “포항은 가로수 바로 위로 고압전선이 지나고 있어서, 플라타너스 높이를 키워 간판가림을 해결한 대구사례를 적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포항시는 고질적인 간판가림 민원을 해결하고, 포항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수종변경을 긍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상인들이 원하는 왕벚나무는 플라타너스와 마찬가지로 수형이 커 간판가림 우려가 큰 만큼 변경대상 수종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포항시 관계자는 “상인분들이 왕벚나무로 수종을 변경해달라고 요청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왕벚나무는 플라타너스처럼 수형이 구형이고, 수관체적도 큰 편이라서 간판가림 민원이 또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플라타너스를 제거하고, 아예 가로수 없이 화분으로 가로경관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개선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분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가로경관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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