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손경찬의 대구·경북 人

강환수 대표는 봉사나 기부를 할 줄 모르는 부자는 진정한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환수 대표는 봉사나 기부를 할 줄 모르는 부자는 진정한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덕산코트랜 강환수 대표에 주목한 이유는 한 장의 그림 때문이었다. 그림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사장님요, 부족한 아들을 거둬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림의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덕산코트랜을 방문한 날은 오랜 장마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위로 열어놓은 창문에는 빗소리가 요란했고, 인상 좋게 생긴 강 대표와의 인터뷰는 참으로 힘들게 이어졌다. 하나를 질문하면 하나만 답하면서 입을 다물고 또 하나를 질문하면 또 하나만 답하고 입을 다물었다. 보기보다는 참 과묵하다는 느낌이었다. 영업이 천직이라는 사람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을 법도 하건만 그에게서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다.
 

우수특허인증·특허 30개나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국무총리 표창 등 수여

어버이날 감사편지 쓰기·칭찬릴레이 게임 등 직원친화 문화 정착시켜며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대구시에 기부 손길 보태는 등 이웃돕기 앞장

“봉사·기부 할 줄 모르는 부자는 진정한 부자가 아냐” 베품의 삶 실천 밝혀

“어버이날이 되면 사장인 나는 고향 집에 가는데 직원들은 못 그러잖아요.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원들의 부모님께 우체환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까 습관화되어서 아무런 감동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편지쓰기를 시작했죠. 부모님께 편지 쓰는 직원에게만 우체환을 보내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직원들이 어버이날이 되면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전 거기에 우체환을 동봉해서 보냈죠. 어른이 되고 나면 부모님께 편지 쓰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직원들의 부모님들이 자식에게서 편지를 받고는 감사의 편지를 회사로 보내오시는 거예요.”

그 그림의 내막은 그랬다. 작은 일이었지만 파급 효과는 컸다. 강 대표는 가정 내에서 인성이 좋은 사람이 직장에서 일도 잘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그런 믿음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직원의 부모님께로 퍼져 나가고 지금은 덕산코트랜의 특별한 문화가 되어 있었다.

보통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은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모두가 다르다. 강 대표는 직원들의 인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좋은 사고 좋은 제품 좋은 신뢰’라는 사훈에는 회사의 이익에 대한 것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더 많이 드러나 있다.

강 대표는 효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사내에서 칭찬릴레이게임을 시작했다. 사람은 다면성을 가지는데 많은 모습 중에서 하나만 보면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보이는데 칭찬릴레이게임을 하면서 직원 서로간에 더 잘 알게 되고 그들이 가진 장점이 더 부각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매주 2명씩 칭찬하기로 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1달에 1명씩 칭찬하는 것으로 줄어들었다. 장기근속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기업문화의 하나로 ‘상경여빈’의 정신을 강조했다. 상경여빈이란 서로 공경하고 늘 손님처럼 대하라는 말인데 항상 보는 사람이라고 만만해지면 예의가 없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서로를 존중해주고 손님처럼 대하다 보면 갈등은 필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라든가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사람 중심의 기업문화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일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덕산코트랜은 2013년에 여성가족부 가족친화인증 국무총리 표창을 받게 되었다.

어떻게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는지 궁금했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죠. 그런데 동신유압이라는 기계회사에 영업직으로 취직을 하게 되었어요. 기계에 대해서 아는 게 뭐 있어야지. 그래서 기계 공부를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영업을 해보니 이 영업이라는 것이 내 적성에 딱 맞는 거야. 천직을 찾은 거죠.”

강 대표는 그렇게 기계 공부를 하면서 영업을 배워 나갔다.

“나는 제품을 파는 것보다 인간관계를 먼저 맺어 나갔어요. 영업은 사람 중심이거든요. 아무리 내가 기계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더라도 인간관계에서 실패하면 영업도 실패예요. 그 다음은 서비스죠. 직접 나가서 서비스를 해줍니다. 수십 년 전의 기계를 지금도 쓰는 업체가 있어요. 우리도 깜짝 놀란다니까요.”

강 대표는 청년들이 직장을 구할 때 1순위에 두어야 할 것으로 회사의 비전을 꼽았다. 회사는 사람과 함께 가고 사람은 회사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기 때문에 당장의 급여나 복리후생보다는 그 회사가 얼마나 비전이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인재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회사가 인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 특히 외부교육 수료의 기회를 많이 준다고 했다. 백 명의 직원 중에서 한 명의 직원이 회사를 살린다는 철학이 강 대표에게 있었다. 그리고 그는 덕을 베풀면 외롭지 않다는 신념으로 사람들을 대한다고 했다. 지금 부자들은 상속이나 증여 등의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지만 아무리 아껴봤자 어차피 50% 정도는 세금으로 국가에 바쳐야 하니까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색하게 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봉사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대답은 간결했다.

 

장애인 단체에 가보면 장애인이 오히려 비장애인에게

장애를 가졌다고 해요. 마음에 장애가 있다는 뜻이죠.

인정 안 할 도리가 없어요.

“기억나는 게 없어요.” 봉사를 하지 않아서 기억나는 게 없는 것이 아니라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강 대표는 봉사라는 말이 나오자 웃음을 지으며 자꾸만 감추려 들었다. 쑥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봉사를 하면서 봉사를 배우기 때문에 굳이 말할 만한 봉사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급식 봉사를 나가보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와서 음식을 담아가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정말로 급식이 필요한 사람들임을 알아본다고도 했다. 그냥 집에 있기가 심심해서 나온 김에 급식 봉사를 받는 사람도 있고, 정말로 절실해서 급식 봉사를 받는 사람도 있는데 절실한 사람들은 다음 끼니를 위해서 음식을 봉지에 담아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음식을 담아 주면서 다음에도 꼭 오시라고 당부하는데 그것을 통해 우리 사회 복지의 그늘을 읽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보다 봉사나 기부를 얼마나 했는지가 중요한 척도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봉사나 기부를 할 줄 모르는 부자는 진정한 부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 5일제 근무가 정착되기 전에 직원들로부터 그런 요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머리를 썼죠. 전 직원이 한 달에 한 번 봉사를 하면 5일제 근무를 하겠다고요. 그런데 막상 봉사를 하려 해도 어렵더라고요. 단체에는 학생들이 전부 와 있고, 그래서 지속하지 못했어요. 마음 있는 직원들은 개별적으로 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장애인 단체에 가보면 장애인이 오히려 비장애인에게 장애를 가졌다고 해요. 마음에 장애가 있다는 뜻이죠. 인정 안 할 도리가 없어요.”

덕산코트랜은 대구의 스타 기업에 선정되면서 대구시로부터 이런저런 지원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강 대표는 대구시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주기로 했다. 받았으니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려움에 처한 대구시에 기부의 손길을 보태고 여기저기 기부를 늘려나갔다. 어려운 사람이 손을 내밀기 전에 자신이 먼저 주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독자적인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싶어서 창업한 회사는 어느덧 강소기업으로 떠올랐다. 덕산코트랜은 해외 유럽CE 인증 2건 추가 획득 등 다수의 우수특허인증서 및 특허를 30개나 보유하고 있다. 그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였지만 사업에서만은 추진력이 있고 창조적인 마인드를 드러냈다. 강 대표는 부유하게 살았던 부친이 보증을 서주면서 가세가 기울었는데 오히려 그런 부친에게 고맙다고 했다. 대구의 기업가들을 보면 90% 정도가 자수성가한 사람인데 만약 부친이 계속 부유하고 자신이 그 그늘에서 살았다면 덕산코트랜을 창립할 생각이나 했겠느냐는 것이다. 길은 무수하고 어느 길을 가느냐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지만 성공의 길을 가려면 도전적이고 개척적인 정신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사무실에는 ‘작은 것부터 신용을 얻고 더 큰 신용을 얻자’라는 글귀가 쓰여진 액자가 있었는데 자신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그의 행보가 눈에 보였다. ‘운칠기삼’이라고 하지만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는다는 그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날이었다. /글 천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