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불해수욕장 제외한 23곳 야간 음주·취사 등 처벌 안 받아
코로나19 방역망에 ‘구멍’
마스크 미착용도 제재받지 않아
사실상 방역지침 ‘무용지물’로

27일 밤 11시께 포항시 북구 두호동에 위치한 영일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모여 앉아 밤바다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이시라기자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해수욕장에서의 야간 음주·취사 행위 금지 집합제한 행정명령’에 대한 실효성의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개장한 경북 동해안의 24곳의 해수욕장 중, 단 한 곳만 이번 행정명령의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나머지 23곳의 해수욕장은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로 전락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앞서 정부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파가 몰리는 해수욕장에서의 코로나19 재유행을 막기 위해 지난해 기준으로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간 해수욕장을 야간 음주·취식 행위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피서객은 지난 7월 25일부터 오는 8월 23일까지 해당 해수욕장 내에서 야간 음주 및 취식 행위가 불가능해졌다. 단속 시간은 매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이고, 만일 이를 어기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27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에서는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한 곳이 해당된다. 집합제한 명령이 내려진 첫날인 25일에는 100명의 피서객이 고래불해수욕장을 방문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날 비가 내리면서 지자체에서는 피서객의 방역 지침 준수 여부에 대한 단속 활동을 펼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비가 와서 밤에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없었다”며 “앞으로도 방문객 수의 추이와 날씨 등을 지켜보면서 단속반 10여명의 투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래불해수욕장을 제외한 나머지 23곳의 해수욕장에는 입욕객이 야간에 술을 마시거나, 취사를 해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또한, 도내 24개 해수욕장을 방문하는 피서객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들 해수욕장은 정부의 집합제한 행정 명령의 대상이 되는 대규모 해수욕장이 아니기 때문.

실제로 경북동해안지역의 해수욕장에서 코로나19 방역지침은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지난 26일 밤 11시께 포항시 북구 두호동에 있는 영일대해수욕장을 방문하자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해수욕장 입구에 적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안내 문구가 무색하게 방문객 대다수가 무리를 지어서 다녔다. 피서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턱 아래로 걸치거나 벗은 채로 거리를 활보했다. 백사장에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앉아 술을 마시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며 땅에 침을 뱉었다.

포항시민 이모(56)씨는 “가뜩이나 더운 날씨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는데, 동해안 대표 해수욕장 대부분이 코로나 방역망을 어긴 이용객들을 처벌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망도 구축되지 않은 것 아니냐”며 “코로나19의 여파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동해안으로 오는 관광객들은 더 늘어날 텐데, 해수욕장을 매개로 n차 감염이 이뤄질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경북도 관계자는 “해수부에서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해수욕장만 행정명령의 대상이라고 전해 우리 지역에는 행정명령의 적용을 받는 곳은 고래불해수욕장 밖에 없다”며 “지자체는 행정명령을 어긴 사람을 대상으로 1∼2차 계도를 하고, 3번 이상 지시를 무시할 경우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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