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br>​​​​​​​동덕여대 교수
이재현
​​​​​​​동덕여대 교수

코로나 전과 후의 세계가 달라졌다고 한다.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를 ‘Before Corona’와 ‘After Disease’로 바꿔놓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언택트(untact·비대면)가 일상이 되면서 올해 초만 해도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줌(ZOOM)이라는 플랫폼이 학교와 기업, 더 나아가 사적인 작은 모임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나 역시 지난 학기에 학생들과의 소통과 원활한 피드백을 위하여 온라인 비대면 줌 수업을 진행했다.

사실 줌 수업은 비대면 수업이라기보다는 간접적 면대면 수업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교수와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 있지는 않지만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얼굴을 마주보며 연결된 가운데 수업을 하기 때문에 영어로 표현하자면 언택트(untact)보다는 온택트(ontact) 수업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오프라인 대면 수업보다야 부족하고 불편하지만 나름 장점도 있다. 나는 주로 연구실에서 컴퓨터, 웹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등으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은 집이나 편한 곳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았다. 등하교에 소요되는 수고와 시간이 확 줄어들었고 어디서든 접속만 하면 참여할 수 있었기에 학기 후반으로 갈수록 간접적 면대면 줌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조금씩 높아졌다.

혼자 있지만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존재하는 미묘한 공간,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공간의 세계가 바야흐로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과 카메라로 연결된 이 세계에서 사람들은 직접 대면하지 않으니 정제된 몸가짐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온라인 실시간 수업이나 회의에서 카메라에 비춰지는 모습은 주로 얼굴을 중심으로 한 상반신이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 렌즈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곳은 몸이나 공간이나 모두 대충대충 꾸미고 흐트러지기 쉽다. ‘하의실종’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바지에 맨발로 수업이나 회의에 참가해도 자신 외에는 알 수가 없다. 아무렴, 보이는 곳만 적당히 갖추고 꾸미면 만사형통이다. 학생도 교수도 그렇고, 부하직원도 상급자도 다르지 않다. 몸가짐이 이러할진대, 마음가짐이라고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로 하고 언행을 삼간다는 신독(愼獨)은 유가(儒家) 수행의 핵심 개념이다. 퇴계 이황은 신독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아 평생을 살았고, 백범 김구의 좌우명도 신독이었다고 한다. 2천5백 년 전 대학과 중용에서 유래한 신독이 새롭게 적용되고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홀로 배를 타고 나가 사투 끝에 청새치를 잡아 쪽배에 묶어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에 잡은 고기를 다 뜯긴다. 그런 데도 “마지막 놈이 얼마나 뜯어먹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덕분에 배는 훨씬 가벼워졌어.”라고 자위하며 물어뜯긴 물고기의 아래쪽 부분에 대해서는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아한다.

그러나 우리는 반바지에 맨발도 괜찮지만 보이지 않는 아래쪽과 내면을 더 가다듬는 새로운 신독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