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치과 코로나19 피해 조사
대구·경북 98.4% ‘운영에 어려움’
환자 감소율은 3월 48%에 달해
감염 취약 노년층 진료 기피 뚜렷
건당 진료비 비중 커 수입도 급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비말 감염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치과 방문을 꺼리고 있다. 대구·경북 치과업계는 내원객 감소로 경영난에 허덕인다.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 전국 치과의사 3천1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로 인한 치과 병·의원 경영 피해 조사’를 최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치과의사는 전체의 95.5%였다. 대구·경북에선 98.4%가 운영난을 호소했다.

전국 평균 환자 감소율은 △1월 16.5% △2월 25.6% △3월 34.9% △4월 33.6%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에서는 환자 감소율이 3월 48%, 4월 38.9%에 달했다.

환자 연령이 높을수록 치과 진료를 기피하는 경향은 두드러졌다. 전국적으로 70세 이상 환자의 감소폭이 33.8%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60대(29.5%), 50대(23.1%) 순으로 치과를 찾지 않았다.

시민 이모(60·포항시 남구)씨는 “치과는 자주 갈수록 오히려 나중에 큰돈이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았다”며 “코로나19가 유행한 뒤로는 꺼림칙해서 안 가게 돼 올해는 아직 스케일링도 한 번 하지 않았다. 찝찝하지만, 치과를 가는 게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치과의료정책연구원 이가영 선임연구원은 “노년층일수록 감염에 취약해 의료 이용을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60세 이상 환자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해당 연령층에 대한 진료수입도 50% 이상 줄었다. 틀니와 임플란트와 같이 건당 진료비가 비싼 치료가 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환자가 감소하면서 수입도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 전국 치과의 수입 감소율은 각각 33.8%와 34.0%였고 대구·경북은 3월 46.7%, 4월 39.4%로 다른 지역보다 피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치과 병·의원 10곳 중에 1곳은 폐업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북구에서 15년째 치과를 운영 중인 원장 A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환자 수가 반 이상 줄다 보니 매출도 급감했다”면서 “소독과 멸균 등 감염관리를 철저히 해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별 성과가 없다.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주변 치과들도 비슷한 처지라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일부 치과에서는 과잉진료로 환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가벼운 증세로 병원을 찾았는데 각종 검진이나 치료 등을 권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시민 손모(30·여·포항시 남구)씨는 “최근에 어머니를 모시고 치과에 갔는데 의사가 어금니를 때운 보철물이 떨어진 것을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며 “주변에 물어 다른 병원에 갔더니 굳이 이를 뽑고 임플란트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치료를 해줬다. 몰랐으면 ‘바가지 검진’을 받을 뻔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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