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치유의 숲’ 저자 신상구 위덕대 교수
회재 이언적의 옥산 자계
여헌 장현광의 입암서원 등
포항·경주 13곳에 담긴
우리가 마지막까지 붙들어야 할
사람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

신상구 위덕대 교수가 최근 포항 문화경작소 청포도다방에서 열린 북콘서트 ‘언네네 책다방’에서 자신의 저서 ‘치유의 숲’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청포도다방 제공

신상구 위덕대(자율전공학부) 교수는 지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지역 학자 중 하나다. 그는 지역의 역사적 공간의 장소적, 역사적 가치를 발굴함으로써 지역과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찾아냄으로써 지역이 가진 인문성을 회복하고자 연구하고 있다.

포항 시민들의 ‘시민사랑방’ 문화공간 문화경작소 청포도다방이 최근 인기 북콘서트 프로그램인 ‘언니네 책다방’에 신 교수를 초청해 행사를 열었다.

이날 그를 만나 최근 펴낸 저서 ‘치유의 숲’에 대해 들어봤다.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 단독 책은 이번이 처음인 것로 알고 있다.‘치유의 숲’ 어떤 책인가.

△2007년부터 도시, 길, 공간, 장소성, 이야기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참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독락당에 갔다. 그곳에서 회재 선생의 ‘임거십오영’이라는 15편의 시를 만났다. 온몸에 일어나는 전율. 그래 이거다, 싶었다. 시라는 문학작품은 작가가 응시하는 공간에 대한 느낌과 생각의 결과물이다. 공간과 문학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문학작품(한시)을 통해서 공간을 바라보려고 했다. ‘공간의 장소성 찾기’, 곧 ‘공간의 얼굴찾기’라는 작업이 그렇게 시작됐고 ‘치유의 숲’이 탄생했다. 이 책은 한시라는 문학작품을 텍스트로 해 지역의 문화공간이 지닌 장소적 의미를 찾아가려는 시도로 집필했다.

- ‘치유의 숲’이란 제목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장자를 읽다가 “공자가 ‘치유(緇帷)의 숲(林)’에서 노닐고, 행단(杏壇)의 옆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제자들은 글을 읽고 공자는 거문고를 퉁기며 노래를 불렀다. “孔子遊於緇帷之林 休坐乎杏壇之上 弟子讀書 孔子絃歌鼓琴”(장자(莊子) ‘어부(漁父)’)라는 구절을 보았다. 치유(緇帷)는 선비들이 공부하던 공간에 둘러 친 검은 장막을 의미하므로 학문하는 공간을 뜻하면서, 휴식과 사색의 공간을 뜻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힐링이라는 의미도 있다.

-책의 차례를 보면 경주 포항 지역의 익숙한 공간들과 사람이 등장한다.

△이 책에는 동방오현(東方五賢) 중 한 분인 회재 이언적 선생의 자취가 남아있는 양좌동과 옥산 자계의 공간,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 선생의 세거지인 용담정(용담서사), 임난 의병장인 수월재 김현룡 선생의 강학의 공간인 수월재, 여헌 장현광 선생이 머물다 삶을 마무리했던 죽장 입암서원, 그리고 회재와 유하 홍세태의 시가 남아있는 소봉대, 인조반정에 연류돼 청하에 유배를 왔던 유숙이 자주 찾았던 조경대 등 포항과 경주 지역의 13곳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코로나19 이후 2020년을 어렵게 살아내고 있는 포항시민들에게 ‘치유의 숲’에서 힘이 될 만한 시, 혹은 글귀를 들려준다면.

△당송팔대가 중 하나인 유종원이 한 말, “무릇 아름다움은 스스로 아름다워지지 않고 사람을 통해서 그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그리고, 논어‘이인(里仁)’편의 ‘어진 사람이 사는 마을은 아름답다(里仁爲美)’라는 말은, ‘사람’의 가치를 말한 것이다. ‘사람’이라는 키워드는 우리가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어야 할 말이다. 결국 포항이라는 도시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다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의 창궐은 분명 우리들 삶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엄중한 것이지만, 포항이라는 공간에 ‘스스로를 가꾸고 좀 더 나아지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많을 때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책에서도 소개했듯이, 포항의 공간마다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고, 그들의 흔적(시·생각)이 남아 있다. 그 흔적들을 읽으면서 나를 치유(공부, 사색)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우리들 삶은 더욱 풍성해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학문을 연구하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선생’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예전 공자가 제자인 자공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자공이 공자에게 ‘자신이 쉴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를 묻자, 공자는 무덤을 가리키며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사람들은 편안하고 즐거운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편안하고 즐겁기 위해서는 힘든 시간들을 지내야 한다’고. 강의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도 ‘한문이 너무 어려워요.’ ‘쉽게 가르쳐 주세요’이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는가? 어차피 인생이라는 길을 나섰다면 쉴 수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하루를 마칠 때 잠을 자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죽음이라는 영면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그러다 보면 ‘열락(悅樂)’이라는 열매도 딸 수가 있고, 영원한 휴식도 얻게 되는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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