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부아를 돋우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수요억제 위주의 정책에 대한 소화불량 현상이 나타난 지 오래인데, 편벽된 이념에서 출발한 정책 기조를 조금도 바꾸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강남의 아파트를 남기고 청주 아파트를 팔기로 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오락가락 행보가 민심에 불을 질렀다. ‘똘똘한 강남 집 한 채’, ‘강남 불패 신념의 실천’ 등 오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자증세’와 같은 이념적 지향의 연장 선상에서 부동산 문제에 접근한 것 자체가 하자였다. 투기꾼 때려잡기에 혈안이 되어 정책이 시종일관 ‘두더지 잡기’ 식으로 가버리면서 실수요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대책은 소홀했던 것이 결국 뒤탈을 내고 만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종부세 강화’라는 엉뚱한 처방을 내렸다. 세금을 올리면 부동산 매물을 거둬들이는 부동산 심리를 전혀 헤아리지 못한 모습이다. 정부가 높이는 세금은 고스란히 전세보증금이나 매매가격에 전이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매물도 없고 대출마저 물꼬를 아예 막아버리니 실수요자들은 막막해진다.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는 것으로 정책의 ‘일대 전환’ 사인을 내야 한다. “부동산정책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치던 문 대통령의 모습이 국민의 뇌리에 선연하다. 검증되지 않는 이념적 지향의 정책 기조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환상인지를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시중의 표현처럼 ‘경제학 원론’과 전쟁을 벌이는 무모함의 여파로 애꿎은 국민만 죽어 나자빠지는 꼴이 됐다. 또다시 ‘수구꼴통의 역습’, ‘보수언론의 가짜뉴스’라며 포퓰리즘 진영논리로 ‘남탓’ 병증을 보일까 한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