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1당 독주를 시작한 집권당의 행태가 브레이크 없는 전차처럼 위태롭다. ‘사상 최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사상 최단시간’ 안에 번갯불 심의를 벌이는 행태가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 수준이다. 단 하루 만에 치러진 3차 추경 심사는 예산안을 정부 원안(35조3천억 원)에서 8.9%(3조 1천311억 원)를 늘려서 의결했다. 졸속이 우려된다는 견해를 피력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걱정을 완전히 짓밟고 있는 여당의 폭주가 국민적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전반기 원구성을 독식한 지 하루 만에 국회 전체 17개 상임위원회 중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제외한 16개 상임위의 3차 추경안 예비심사를 마쳤다. 여성가족위원회는 9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고작 7분이 걸렸다. 이어진 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안 조정소위원회의 추경 예산 감액심사도 불과 4시간 10분 걸렸다니 혀를 내두르게 한다.

예비심사 과정에서 민주당 지역구의 민원성 예산을 600억원이나 끼워 넣었다는 소식은 완전히 거덜 난 나라의 ‘빚잔치’ 수준이라는 비탄마저 들게 한다. 책임감을 더 느낀다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말은 체면치레 수사법에 불과했다. 사상 유례가 없는 국회 독식, 1당 독주를 시작한 집권당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3차 추경안의 일부 사업이 불확실하고 사업계획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고용안정대책 사업들이 일회성 단기 공공부조 성격에 그칠 수 있고, 금융안정패키지 후속 조치도 기업에 대한 적극적 유동성 공급보다 리스크 관리에 치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지적에 예결위 소속 민주당 의원 30명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비난한 것은 영락없는 후진국 독재정치 행태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일 “민주당 의원들이 염치없게 무려 3천700억원이나 자기 지역구 예산을 새치기로 끼웠다”고 주장하며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고 맹비난했다. 이 나라에는 지금 행정부를 감시하는 기구가 현실적으로 사라졌다. 민주당은 이렇게 막 나가서는 안 된다. 긴 세월 어렵게 쌓아 올린 이 나라 민주주의가 산사태처럼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