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예비라는 말 속에는

복사기가 산다

예비 신랑 예비 신부

예비군 훈련

예비 비행

예비 시험

단전호흡으로 치며 올리는

갈비뼈와 늑골 사이

예비라는 말이

함께 올라온다

바퀴벌레에게도

출발을 멈춘 예비가

아침마다 만나는

계단에게도

예비가,

오늘 가졌던 예비는

이제 내일의

내일의 예비는

다시 내일의 나의

예비가 될 것이다

그 예비 복사기는

내 바다 속의 문어도

복사할 수 있을까

우리의 일상은 거의 비슷한 모양으로 반복되고 순환되는 것이리라. 이러한 되풀이되는 현상을 시인은 날마다 복사된다고 표현하고 있다. 반복되고 자동화되어 진행되는 것이 현대인들의 일상이 아닐까. 그 속에서 인간은 자유의지를 상실하거나 빼앗겨 버리고 살아가는 서글픈 존재라는 인식이 시 전체에 깔렸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