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대통령의 비극
끝나지 않은 대통령의 비극
  • 등록일 2020.05.28 20:05
  • 게재일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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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이나라에서 대통령을 지낸 이들의 운명은 왜들 이럴까. 정치부 기자로 30여년을 지냈지만 이런 생각이 들때면 마냥 서글픈 마음이 든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은 광복 이후 11년 동안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내면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한민국의 국제적 승인, 농지개혁, 초등교육 의무교육,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대대적인 학교 건립, 평화선 선포 등과 같은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동시에 발췌 개헌, 사사오입 개헌 등 독재 권력을 추구해 반발을 샀고, 결국 1960년 3·15 부정선거가 직접적인 계기가 돼 4·19 혁명이 일어나자,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에서 하야했다.

이후 윤보선 대통령이 잠시 대통령을 맡았으나 박정희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이후 관권·금권선거, 3선 개헌과 10월 유신으로 장기집권을 획책해 독재자의 길을 걸었으며, 측근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으로 생을 마감했다.

최규하 대통령은 국무총리로 재직하다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케이스이고, 전두환 등 신군부의 압력으로 8개월 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10·26 사태 이후 하나회를 통한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잡았고, 1980년에는 5·17 내란을 일으키고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전 대통령은 퇴임 후 1995년 후임인 노태우 대통령과 함께 구속 기소됐으며, 반란 수괴죄 및 살인, 뇌물 수수 등으로 1심 사형, 2심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오랜 야당 생활끝에 정권을 잡은 김영삼 대통령도 차남 김현철이 구속되는 등 끝은 그리 좋지 못했고, 김대중 대통령 역시 정권 말기에는‘홍삼 트리오’로 불린 세 아들이 모두 권력형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구속되며 큰 곤욕을 치렀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한 뒤 고향 봉하마을에 귀향했으나 2008년에서 2009년까지 친형 노건평 등 친인척 비리로 조사를 받다가 2009년 5월 23일, 봉하마을 사저 뒷산의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투신하는 비극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후 5년이 지난 2018년 뇌물수수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임기 중 탄핵된 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 18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리저리 따져보니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은 모두 옥고를 치렀거나 옥고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생각해보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과 주변사람들의 비리를 캐는 데 권력의 힘을 투사한다면 어떤 사람이 버텨낼 수 있을까. 명백한 개인비리는 당연히 처벌대상이 돼야겠지만 정치판에서 벌어진 잘못은 정치적인 승부 자체로 마무리짓는 것이 좋다. 그래야 대통령마다 예외없이 불행해지는 ‘대통령의 비극’을 끝낼 수 있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면주장도 아마 그런 배경에서 일게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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