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대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에서 경북 포항이 탈락했다. 방사광가속기의 과학적 기반이 가장 탄탄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속기사업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임에도 후보지 선정에는 제외됐다. 개탄스런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기부는 6일 대전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부지 평가회를 열고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를 후보지로 정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그동안 정치권에서 나돌던 특정지역 낙점설이 현실화 된 거나 마찬가지다.

전남 나주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선거 유세 중 방사광가속기의 나주 유치 발언으로 지목을 받았던 곳이어서 이번 후보지 결정은 결과적으로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기고만 셈이다. 총 1조 원이 투자되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은 초대형 국가프로젝트 사업이다. 과학기술 투자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목적이 있다. 기초와 원천연구 그리고 산업체 지원이라는 명분 위에 구축돼야 할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과기부가 선거 전 서둘러 공고를 발표하면서부터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다. 평가기준이 갑작스레 공고되고 평가지표 선정과정도 불투명했다. 또 위치나 접근성에 관한 평가요소가 많아 특정지역에 유리하도록 정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은 생산유발 효과 6조7천억 원, 13만7천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사업이다. 지자체라면 누구나 탐나는 사업이다. 그래서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공정성과 사업타당성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 정부는 원자력해체연구소 설립 과정에서도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인 경북을 외면해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앞섰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방사광가속기 사업의 경우도 포항만한 과학적 타당성을 가진 곳이 없다. 그럼에도 과기부는 입지선정 요건에서부터 포항을 배척하는 사유들을 집어 넣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진 안전성과 활성단층과의 거리 등이다. 포항의 인프라와 노하우, 연구 인력의 장점은 배제된 것이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사업은 처음부터 과학이 아닌 정치가 좌우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과학이 필요한 곳에는 과학이 등장해야 사업의 성공률도 높아진다. 정부가 합목적성을 잃고 정치논리를 선택한다면 또다시 나쁜 선례로 남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