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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짜리 ‘영덕국제웰니스페스타’, 예보 알고도 회의 늑장… 부상자 4명 발생

박윤식 기자
등록일 2025-11-05 15:13 게재일 2025-11-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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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주의보에도 행사 강행… 안전보다 ‘일정·성과’가 먼저였다
강풍이 휩쓴 2일 오전, 영덕 대진 해변의 ‘영덕 국제 웰니스 패스 타’ 현장. 돌풍에 부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2일 오전, 영덕 대진해변. 갑작스러운 돌풍이 축제장을 덮쳤다. 천막은 찢어지고, 부스는 부서졌다. 관광객과 관계자 4명이 다쳤다.
그러나 그보다 깊은 상처는 ‘10억 원짜리 축제’가 남긴 행정의 민낯이었다.

이날 영덕군 전역에는 초속 14m 안팎의 강풍이 불면서 행사 안전사고 우려가 컸다. 

경상북도와 영덕군이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한 ‘2025 영덕 국제 웰니스 패스 타’. 행정은 예보를 알고도 멈추지 않았다.
매뉴얼은 있었지만, 실행은 없었다. 기상청은 오전부터 강풍을 예보했지만, 누구도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지역축제 안전관리 매뉴얼’은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경찰·소방·지자체가 합동 대책 회의를 열어 행사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영덕군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2일 오전 8시 강풍주의보가 발효됐지만 회의는 두 시간 뒤, 이미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열렸다. 그 사이 천막은 날아갔고, 관람객은 다쳤다. 결국 ‘예보된 사고’였다.

영덕군 관계자는 “예보는 확인했지만, 행사를 취소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안전보다 일정이 우선이었다. 누구도 먼저 멈추지 않았고, 행정의 ‘관성’은 위험을 외면했다. 예보보다 무서운 건, 이 무감각이다.

이번 축제 예산은 10억 원. 그러나 그 돈은 대부분 외국인 초청, 산업전 등에 쓰였다. 지역 주민이 체감할 만한 실질적 사업은 거의 없었다.

한 군의원은 “지역경제와는 무관한 전시행정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행사장 체험 부스 상당수는 비어 있었고, 운영 인력 대부분은 자원봉사자였다. ‘웰니스’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실상은 ‘행정 퍼포먼스’였다.

강풍이 휩쓴 2일 오전, 영덕 대진 해변의 ‘영덕 국제 웰니스 패스 타’ 현장.

돌풍으로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영덕군은 공식 사과문을 내지 않았다. 대신 ‘참여한 방문객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 안에는 “1만여 명이 방문했다”는 문장도 담겼다. 하지만 실제 등록 인원은 4260명에 불과했다. 참여 인원조차 과장됐다.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요즘 영덕군 축제는 주민보다 행정의 성과가 먼저입니다. 사고가 나도 ‘성공했다’는 말부터 하죠.” 경찰과 소방은 “행사 안전대책과 계획 수립은 주최 측의 몫이었다”고 밝혔다. 행정은 예산을 썼지만, 책임은 남지 않았다.

돌풍은 잠시였다. 그러나 그 한순간이 드러낸 건 행정의 체질이었다. 매뉴얼은 있었지만, 판단은 없었다. 예보를 보고도 멈추지 않았고, 위험을 보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안전보다 일정을, 실질보다 외형을 앞세운 결과 ‘10억 원짜리 축제’는 그렇게 무너졌다.

글·사진/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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